`감세정책` 기조 흔들리나..윤 장관 발언 `파장`

윤 장관 "감세 유보 긍정 검토" 발언 파장 확대
재정부, 장관발언 직후 이례적 해명 "기조 유지"
재정건전성 고민 깊어진 듯..감세논란 확산될 듯
  • 등록 2009-06-29 오후 5:27:34

    수정 2009-06-29 오후 6:12:30

[이데일리 김기성 박기용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인하의 유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 정책`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론` 발언 이후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의 경제정책이 서민 중심으로 급하게 이동할 것이라는 신호로도 풀이되고 있다. .

재정부는 윤 장관 발언이 나온 직후 이례적으로 해명성 자료를 내고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재정부내 정책조율에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재정건전성 확보가 당면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감세정책을 둘러싼 재정부 내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 장관 발언 나오자마자 해명자료 `이례적`

윤 장관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 방안의 유보 제안에 대해 "상당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위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금융쇼크 중에는 감세의 폭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며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시행을 유보하는 것은 재정 충실화 측면에서도, 부자감세 주장을 방어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윤 장관은 "내년 재정운용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번 여름이 끝날 무렵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2단계 세율인하를 미루자는 것이다. 종합소득세의 세율은 세제개편에 따라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과표구간별로 2%포인트씩 내리기로 돼 있다. 최저구간인 1200만원 이하는 이미 8%에서 6%로 내렸고, 최고구간인 8800만원 초과는 내년에 한번에 내리기로 돼 있다.

또 각각 13%와 25%인 법인세율의 구간별 세율도 내년까지 각각 10%, 20%로 내리기로 돼 있다. 정치권의 주장은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되니 남은 단계의 세율 인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자는 것.

재정부는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 직후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기존의 감세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이처럼 장관의 발언 직후 발언의 취지를 뒤짚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 깊어 가는 고민 재정건전성..감세기조 흔들리나

윤 장관은 지난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업 법인세율은 경쟁국과 비교해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감세는 기업투자 고취와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한다"며 "비과세와 감면제도는 필요에 의해 정비되더라도 감세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정부도 소득세와 법인세의 추가 인하는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그러나 29일 윤 장관의 "감세 유보 긍정 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평소 "고위공무원의 발언은 연출돼야 한다"며 즉흥적인 발언을 자제해온 윤 장관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 장관 발언의 배경은 두가지 정도로 해석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과 중도 위주의 정책기조를 강조하면서 윤 장관이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순응하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부의 해명자료를 감안할 때 그의 발언이 사전 조율됐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무적 판단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윤 장관이 최근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해 정부의 재정균형 달성 시점은 빨라야 201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부 서병수(한나라당) 위원장은 전날 "재정부가 최근 당정협의에서 재정균형 달성시기가 애초 목표로 했던 2012년보다 3~4년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잇따른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2012년까지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정부로선 당초 취지와 달리 감세정책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오는 과정에서 올해 재정적자 규모(관리대상수지 기준)를 51조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미 1분기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21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2013년까지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부채 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이상으로 대폭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결과적으로 보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변 경제여건상 오는 8월말 내년 세제개편안이 나올 때까지 감세정책에 대한 논란 수위는 점점 더 커져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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