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호 PEF'의 쑥스러운 고수익

  • 등록 2007-10-04 오후 5:53:40

    수정 2007-10-05 오전 10:39:46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3년전 대한민국 최초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세워 이름값을 높였던 미래에셋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배당하고도 입방아에 올랐다.
 
자신의 계열회사에 투자해 돈을 번 사실이 밝혀진데다, 그런 구설수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사정으로까지 몰렸던 당시의 어수룩한 운용 이력이 드러난 것이다. 
 
'국내 첫 PEF'라는 별칭을 얻으며 지난 2004년말 출범한 '미래에셋파트너스 1호'. 그러나 미래에셋증권(037620) 등 8개 금융회사가 출자한 이 펀드의 속사정은 애초부터 그리 화려하지 못했다. 
 
우여곡절은 당시 펀드의 핵심 운용인력(key man) 김 모씨가 사표를 내고 나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이 이 펀드 자금을 이용해 한 증권사를 인수하려 한데 대해 이견을 표출한 것이다.  
 
'키맨'의 이탈 사실이 알려지면서 펀드 설립규모도 14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키맨으로 새로 영입해온 또다른 김 모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표를 내버리는 어려움이 이어졌다. 
 
구체적인 투자대상을 정하지도 않은 채 약정금액 모두를 미리 받았던 것도 국내 1호 PEF를 곤혹스럽게 했다.  
 
당시 관련법은 PEF에 대해 설립 1년 안에 모집자금의 60%이상을 투자에 실행토록 규정하고 있었던 것. 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는 2005년말까지 900억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지 않을 경우 펀드를 해산해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결국 미래에셋맵스는 2005년 9월이 돼서야 투자를 집행하게 됐다. 그룹 계열사이자 지주회사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전환상환우선주 218만1819주(9.42%)를 사들인 것이다.
 
펀드가 보유한 이 우선주들은 지난 6월에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고, 이후 펀드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 수익을 회수했다.
 
미래에셋파트너스1호는 이렇게 마련한 투자 수익을 펀드 투자자(LP 유한책임사원)들에게 배당했다. 당시 미래에셋은 `펀드 설립 2년 반만에 50%의 수익을 배당했다`며 실력을 과시하면서도 구체적인 투자처는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런 어설픈 과정에 대해 PEF 전문가들은 "PEF의 운용 구조에 대한 미래에셋의 이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말한다.

투자대상을 미리 확정한 뒤에 출자를 받았더라면 이처럼 시한에 쫓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시한에 쫓긴데다 콜론(call-loan)만으로 펀드를 운용해오다보니 운용적자까지 누적되면서 더 조급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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