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세형기자] TFT-LCD, PDP 등 평판디스플레이(FPD)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관련업체들이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주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한 4개업체중 3개업체가 FPD 관련 업체라는 게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그만큼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케이이엔지도 FPD 관련 업체다. LG필립스LCD를 주요 매출처로 LCD와 반도체 제조용 FA장비, Wet류 자동화 설비, 장비 치공구 및 클린룸(Clean Room)용 장비를 전문적으로 설계, 제작하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돼 LCD 부품과 장비를 잇따라 국산화하면서 지난해까지 매년 10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올해는 LG필립스LCD 등 LG그룹내 평판디스플레이 관련업체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중국과 대만으로 해외로 영역을 넓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쌓는다는 계획이다.
◇98년 설립후 매년 100% 이상 성장
김동관 사장은 LG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이다. LG반도체가 하이닉스로 넘어가기 전인 지난 98년 회사에서 나와 케이이엔지를 차렸다. LG반도체 시절 반도체 장비가 거의 대부분 외산이라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고 나왔다고 한다.
LG반도체 출신이었지만 친정집에서 봐주는 것은 없었다. 장비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전체 라인이 멈춰 서버리니 당연한 일이었다.
김사장이 처음 받는 주문은 5000만원짜리. 하지만 생산원가는 1억원을 넘었다. 배보나 배꼽이 더 컸다. 손해 보는 것을 알지만 감수해야 했다.
본격적인 매출은 이듬해부터 발생했다. LG필립스LCD의 눈높이에 맞게 첫 주문을 소화해냈고, 응급조치가 필요할 때 한밤중이라도 달려간 게 신뢰감을 줬다. 매출은 껑충껑충 뛰었다. 지난 99년 10억원이었던 매출은 2001년 60억원, 2002년에 12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250억원에 고지에 올라섰다.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탔다.
올해는 작년보다 56% 많은 매출 39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성장폭은 다소 둔화되나 금액으로는 작년 증가폭보다 많다. 매출비중이 가장 큰 물류자동화 장비부문이 꾸준히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그동안 개발해 왔던 장비들도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세정기와 LCD 프로브유닛 등 신규 장비의 매출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32억2500만원(영업이익률 12.9%)에서 60억원(영업이익률 15.4%)으로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산화의 꿈 실현이 성장 동력
성장 동력은 김 사장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국산화였다. 국산화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도 있지만 실제 영업적인 면에서도 파워를 발휘한다.
"해외업체에서 장비를 들여올 경우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A/S를 받는데 사흘 이상 걸립니다. 업체 직원이 A/S를 위해 왔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지죠. 하지만 장비를 납품한 업체가 바로 곁에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밤중에라도 달려 갈 수 있습니다"
케이이엔지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제작용 정밀 부품 300종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장비의 경우도 98년12월 애니록스 롤러 클리닝 M/C에 이어 99년2월 LCD판을 운반하는 도구인 LCD 셀 카세트(Cell Cassette)를 국산화했다. 또 같은해 12월 LCD 스트립(Strip) 공정 장비, 2002년 LCD 클린룸 크레인 시스템, 지난해 비접촉 가압봉지기 등 설립 이후 매년 1∼2개의 장비를 국산화했다. 김사장은 이같은 장비 국산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1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케이이엔지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의 30%인 26명. 기구설계에선 경력이 10년을 넘는 직원이 8명, 경력 5년 이상도 12명이 포진하고 있다. 또 제어설계에서도 10년 이상 3명, 5명은 5년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51건의 특허와 실용신안은 출원했다.
김 사장은 "장비 국산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라며 "이같은 현상은 바람직한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다른 업체들과도 협력 등을 통해 국산화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해외로..LG 우산 걷어낸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각각 탕정과 파주에 거대한 LCD 단지를 조성하면서 치열한 LCD 시장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이 그 폭은 다르겠지만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할 만한 것은 장비업체들도 편가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특히 2000년 이후 장비시장에 새로 뛰어든 업체들은 삼성이나 LG중 어느 하나만을 거래처로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납품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케이이엔지도 그동안 LG필립스LCD에만 매여 있던데서 벗어나 지난해 LG전자와 LG마이크론으로 공급처를 넓혔다. 특히 올해는 대만과 중국시장을 공략, 해외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H사와 B사 등과 접촉하고 있다. 해외 진출 첫 해인 올해는 전체 매출 목표의 10%인 39억원 어치를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이와함께 LCD 장비가 다른 평판디스플레이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감안, PDP와 유기EL 생산 장비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TFT-LCD용 장비를 PDP, 유기EL 공정에 적합하도록 변환시키는 연구개발을 끝마친 상태다.
최대주주는 김동관 사장과 창업멤버인 김영래 부사장으로 똑같이 18%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투자조합인 MIC2001-10호(운용사 한미창투)와 MIC2001-18호(LG창투)가 7%씩, 국민연금02-6호(한미창투)도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이엔지는 조만간 코스닥 등록 심사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예비심사를 통과한다면 5월경에는 코스닥에서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로 유입된 자금은 LG필립스LCD가 파주에 짓고 있는 7세대 LCD 라인에 대응할 공장을 세우는데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