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전자복권 열풍..빛과 그림자

  • 등록 2002-03-21 오후 8:30:42

    수정 2002-03-21 오후 8:30:42

[edaily] 온 나라가 황사(黃砂) 투성입니다. 전국을 덮친 황사는 봄철 한때 손님이지만 슬금슬금, 집요하게 나라를 뒤덮은 바람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복권 열풍입니다. "준비하고 쏘세요"는 한물간 얘깁니다. 요즘 복권은 인터넷을 타고 책상앞까지 일확천금의 꿈을 배달합니다. 산업부 김춘동 기자가 우리나라 전자복권의 현황을 담담하게 짚어봤습니다. 인터넷 뉴스매체에서 인터넷 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제 직업상 특성때문이겠지만 최근 접하는 온라인 복권열풍은 간단치 않습니다. 온라인 복권이 급속히 늘어난 이유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복권 발급기관이나 운영, 판매사업자가 제한돼 있는 반면 온라인 복권시장 참여문턱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복권시장의 급팽창은 인터넷 등 IT기술의 발달과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권 참여업체들의 경우 특정한 업종으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면면이 다양합니다. 하이로또·헬로럭·로또웹·복114 등 이름만으로 성격을 알만한 복권전문사이트가 성업중이고 다음·야후·라이코스 등 인터넷 포털과 SKT·KTF 등 통신사, 은행·증권·카드사 등 금융기관들도 복권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자 하는 인터넷 업체들에게 복권사업은 아이템 리스트의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랩니다. 현재 복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관은 건교부, 과기부 등 총 10개 기관인데, 오프라인 복권시장의 경우 추첨식 8개 브랜드, 즉석식 8개 브랜드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중 국민은행이 전체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구요. 오프라인 복권과 대비되는 전자복권은 크게 인터넷복권과 온라인복권으로 나눠집니다. 인터넷복권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반면 흔히 "로또"로 불리는 온라인복권은 전용단말기를 통해 판매된다는 게 차이점이죠. 인터넷복권은 포털 및 복권전문 사이트에서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복권은 지난해 한국타이거풀스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스포츠토토가 대표적인데 국민은행도 7개 정부기관이 공동 발행하는 온라인 연합복권 발행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중입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자복권시장은 1000억원대의 매출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복권사이트를 운영중인 업체들의 매출이 꽤 짭짤하다고 합니다. 하이홈, 한국아스텐 등 전문사이트를 운영중인 업체들의 매출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고, 수익모델이 궁했던 포털사이트들에게는 전자상거래와 함께 매력적인 사업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유통사업자외에 솔루션 사업자들도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자복권 솔루션사업을 개시한 이네트, 피코소프트를 비롯해 PKI보안업체인 소프트포럼과 이니텍 등이 복권솔루션시장에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업체들이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도 확실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때문입니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인컴아이엔씨, 모디아소프트, YBM서울음반, 서울이동통신, 미르피아, 하이홈 등 상당수 코스닥 등록업체가 신규사업으로 전자복권 관련사업을 추가했습니다. 시장에서 올 하반기쯤 신규테마주로써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공급이 늘면 당연히 수요에 대한 우려가 나올만한데 아직은 장밋빛 전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파고드는 뛰어난 접근성과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당첨금액이 일확천금 기대를 부풀리며 신규수요를 꾸준히 창출해 나가는 느낌입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사행심 조장과 중독성 등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넷 포털 등 대중과 친밀한 인터넷 사이트가 대부분 복권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은 복권공화국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합니다. 사업측면에서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닙니다. 과당경쟁은 결과적으로 수익성에도 문제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타이거풀스가 선보인 스포츠토토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자로 선정돼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뿌렸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다고 합니다. 인터넷복권의 경우 인터넷 사업자에게는 반가운 수익모델이지만 서비스업체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업체별 "파이(시장)"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업자 선정과정에 잡음도 끊이질 않습니다. 한국전자복권은 정·재계를 망라하는 초대형 게이트로 발전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국타이거풀스가 그랬고, 온라인연합복권의 경우에도 주사업자로 선정된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 컨소시엄이 자격시비로 소송을 당한 상태입니다. 복권은 사행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다수 서민들에게 소박한 욕심이자 꿈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업체들의 과당경쟁과 무차별 판촉으로 사행심 자체로 변질될 경우 복권사업 역시 낭패에 봉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며칠전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은 한국기업의 고질병 하나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좋다고 하면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장을 어지럽히는 `들쥐떼` 근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전자복권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려는 업체와 발행기관은 적어도 이제는 이같은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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