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 말라” 거듭 경고

"민간인 희생 막을 신뢰할 수 있는 계획 보지 못해"
"장기 평화의 길 모색해야…라파 공격은 해당 안돼"
네타냐후 발끈…"지지한다며 목표 달성 행동엔 반대"
라파 공격 강행 의지 재확인…바이든과 갈등 심화
  • 등록 2024-03-13 오전 11:04:07

    수정 2024-03-13 오후 7:37: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고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라파 공격 중단 및 민간인 보호, 장기적인 평화 모색 등을 촉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격퇴 노력에서 라파에 대한 공격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그곳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어떤 계획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평화를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 길은 라파를 박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곳에 살고 있는 130만명의 주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뢰할 수 있는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공격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해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이 MS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 증가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며 “라파 진격은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민간인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 역시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라파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미국 내 친(親)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서 화상으로 연설을 갖고 “민간인들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면서 라파에서 일(작전)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목표를 지지한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에 반대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두 지도자 간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한 달 동안 전화통화를 갖지 않았다”며 이는 양측 간 냉각된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38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군사지원에 특정 조건을 부과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이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가설적인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들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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