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연을 맺고, 2021년 결혼식을 올린 후 2022년 7월 외국인노동자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남편인 지와 씨는 경기도 시흥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아내인 팩트라 씨는 경기도 포천의 스티로폼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지와 씨 부부는 공장의 고된 업무와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타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타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특히 주말이면 이들 부부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만나 알콩달콩 신혼을 보내기도 하고, 의정부에 위치한 한마음캄보디아교회에 다니며 한국 생활의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도 잠시, 이들 부부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발생했다. 한국에 온지 1년이 되던 올해 6월 팩트라 씨의 얼굴과 손발이 심하게 붓는 증상이 나타나 평소 다니던 한마음캄보디아교회 김민섭 목사와 근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콩팥이 안 좋아 보이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는 것.
김민섭 목사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 치료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던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에 가장 빠른 일정으로 진료 예약을 하고 6월 26일 진료를 받은 결과, 팩트라 씨는 만성 콩팥병 말기(5단계)였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성우 교수는 “팩트라 씨는 급성이 아닌 만성콩팥병으로, 한국에 오기 전 콩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정도만 알았고 적절한 진단 및 치료는 받지 못한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팩트라 씨는 콩팥병 말기인 관계로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평생 투석하며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대의 사회 초년생인 팩트라 씨와 지와 씨는 이 같은 상황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남편 입장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아프게 둘 수는 없어 고심 끝에 큰 결정을 내렸다.
지와 씨는 아내에게 “여보, 내가 신장을 떼어 줄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건강만 생각해”라고 말한 뒤 의료진에게 신장 기증의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렇게 성사된 신장 이식 수술의 집도는 이식 경험이 풍부한 의정부을지대병원 신장이식팀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신창식 교수와 비뇨의학과 박태용 교수가 맡았다.
신장 이식 수술을 위해 팩트라 씨와 지와 씨에 대한 여러 검사를 진행한 결과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두 사람 모두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신동맥이 1개가 아니라 2개라는 특이점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신동맥이 1개이다.
신장이식팀은 “신동맥이 1개 더 있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두 배로 커지는 것”이라며 “2개의 신동맥 중 하나라도 손상이 되면 신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신동맥 2개 모두 아무 손상을 입히지 않는 것이 이번 수술의 가장 큰 요소”라고 밝혔다.
이날 약 3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들 부부는 바로 일상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 건강한 모습으로 9월 22일 퇴원했다.
김지일 교수는 “퇴원한지 3주 정도 됐는데, 부부 모두 신장 기능 수치가 계속 정상으로 유지되면서 일상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수술 이후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 면역 억제제 합병증 또는 감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팩트라 씨는 “신장을 기증해준 남편 덕분에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해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써주고, 병원 비용까지 지원해준 김민섭 목사 그리고 수술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따뜻한 말로 보듬어주며 치료에 최선을 다해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의료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남편을 비롯한 많은 분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었다.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잘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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