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사고 외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던진 농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당시 한 총리는 외신이 던진 ‘이태원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무엇이냐’는 질문 이후 통역 통신 오류가 발생하자 이를 빗대 말장난을 했다. 한 총리의 한없이 가벼운 농담은 다행히 통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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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신은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지 반복해 질의했으나, 한 총리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미비’ 등 제도 탓을 하며 피해 가는 답변만 거듭했다. “올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현장 경찰은 과거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가 투입됐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표현한 것까지 지적하는 외신에는 크게 부족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이날 한 총리가 대부분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답변한 것 역시 불안했다. 그가 영어에 매우 능통하고 현장 통역 통신이 원활치 않은 점을 고려해도 국가 비상사태에서 총리 의도가 통역 없이 외신에 잘못 전달됐을 경우 후폭풍은 상당했을 것이다. 특히 이태원 사고의 경우 사망자 156명 중 6분의 1인 26명이 외국인이다.
아쉽게도 이태원 참사에서 한 총리의 관록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대본 첫 브리핑이었던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 당시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 잡지 못했다. 총리가 현장감 있게 수습했다면 여파는 훨씬 작았을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는 “경찰 인력 수고하는 과정에서도 투입됐다는 취지”라며 이 장관을 감싸 오히려 후폭풍을 키웠다.
한 총리는 1~5급, 차관, 장관, 총리까지 모두 역임한 대한민국 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관록의 관료다. 헌정사상 5번째 ‘두 번 총리’ 타이틀도 갖고 있다. 관록은 위기에서 빛나야 한다. 지금은 농담할 때도 웃을 때도 아닌 것은 관록의 한 총리가 제일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