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밀어낸 시스템반도체…올 상반기 `인텔·TSMC` ↑ `삼성·SK하이닉스` ↓

상반기 세계 반도체 매출 18%감소..메모리 원인
인텔·TSMC 매출 감소 한자릿대..1·3위에 올라
삼성·SK하이닉스 30% 이상 줄며 2·4위 내려앉아
시스템반도체 체질 전환 필요..지속적 생태계 조성
  • 등록 2019-08-21 오전 11:05:14

    수정 2019-08-21 오전 11:09:53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15위 업체 매출 순위. (자료=IC인사이츠)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가량 줄어든 가운데 시장 판도는 시스템반도체의 약진과 메모리반도체의 침체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D램 ‘빅 3’는 나란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반면 CPU(중앙처리장치) 세계 1위 인텔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세계 1위 대만 TSMC 등은 감소폭이 한자릿수에 그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미지센서(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최강자인 일본의 소니는 반도체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이 전년대비 13%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업황 변동에 취약한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반도체로의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위 15개 반도체 업체의 전체 매출은 1487억1800만달러(약 179조7100억원)로 전년동기(1809억6100만달러)대비 17.8% 줄었다. 매출 하락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2위)와 SK하이닉스(4위), 마이크론(5위) 등 D램 빅3 업체들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매출은 266억7100만 달러로 33%, SK하이닉스는 115억5800만 달러로 35%, 마이크론은 101억7500만 달러로 34% 각각 감소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중심인 인텔은 320억 3800만 달러로 2% 감소에 그쳤고 파운드리 전문기업 TSMC도 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메모리 업체들이 급격한 가격 하락과 매출 감소를 겪으며 시장 순위도 인텔과 TSMC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한계단씩 밀어내고 1위와 3위로 올라섰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인 대만의 미디어텍도 15위로 순위에 처음 진입했다.

소니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상위 15개 반도체 회사 중 유일하게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 늘어난 38억 4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니의 반도체 판매량 중 90%가 스마트폰용 등 이미지센서로 트리플 카메라 등 고화질 제품의 성장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같은 일본 업체지만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인 도시바의 경우 27%나 매출이 급감했다.

IC인사이츠는 “올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 감소폭이 18%에 달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들이 부진이 원인”이라며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에 2년 연속 반도체 왕좌에 올랐지만 올해는 메모리 가격이 낮아지면서 인텔이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올 3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2% 감소에서 21% 증가까지 범위가 넓어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업황에 민감한 메모리 치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정부가 5G(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에 총 4조 7000억원의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 다양한 규모의 업체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시적인 대규모 투자보다는 지속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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