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김 주한미국대사(왼쪽)가 미국으로 불법 유출된 우리나라 최초 지폐인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을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환수식에서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변영섭 문화재청장(가운데)과 채동욱 검찰총장(오른쪽)이 참석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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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유출된 우리나라 최초 지폐인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을 한국으로 반환하며 “문화재는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문명의 기본 요소”라며 “문화재가 원래 속했던 곳으로 돌아가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로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았다”며 “매우 특별한 해에 문화재 반환이 이뤄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변영섭 문화재청장과 채동욱 검찰총장이 참석한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환수식’에서 유물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1951년 반출된 후 62년 만의 환수다.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환수는 대검찰청과 문화재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의 국제수사 공조로 이뤄졌다. 국내 문화재 환수 사상 최초의 국제수사 공조의 성과다.
변 청장은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에는 ‘대조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등 우리나라의 국가적 존엄과 근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던 염원이 담겨 있다”며 “한·미 수사공조로 문화재 환수란 뜻깊은 성과가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변 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반출됐던 문정왕후 어보도 조속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 최 총장은 “양국 수사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해외에 불법유출된 문화재 환수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온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은 애초 덕수궁에 소장돼 있었으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인 A씨에 의해 미국으로 불법유출됐다. A씨의 유족이 2010년 미시간주 소재 경매회사 미드웨스터 옥션 갤러리에 경매를 의뢰했고, 이 정보를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이 입수해 환수절차가 추진됐다. 대검찰청은 같은 해 9월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관세집행청과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민관세집행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를 통해 수사를 공조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연방장물거래금지법을 적용, 지난 1월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을 경락자로부터 몰수하고 7월 절차를 완료했다.
변 청장은 돌아온 인쇄 원판 보관처로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을 지정했다. 박물관은 이번 환수를 기념해 4일부터 내달 3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과 황실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은 1892년 고종이 경제근대화를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한국 최초의 근대 화폐를 찍어내려던 인쇄판이다. 이번에 환수된 문화재는 10냥권으로 가로 15.875㎝, 세로 9.525㎝, 무게 0.56㎏의 청동재질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