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몇대 몇'', 죽을 때까지 말 못해"

물러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전효숙 임기 논의 몰랐다"
  • 등록 2006-09-12 오후 8:16:17

    수정 2006-09-12 오후 8:16:17

[오마이뉴스 제공] "3기 헌법재판소가 했던 판결이 나중에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14일 퇴임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사법적 사안들을 판결했던 만큼 헌재의 위상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헌재 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된 '코드인사' 논란은 결국 후임 소장의 공백 위기로까지 심화됐다.

"전효숙 후보자 임기 논의, 공개적으로 하면 되겠나"

윤영철 소장은 12일 퇴임에 즈음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재 3기에 와서 정치적 갈등·계층간 갈등이 있는 사건들, 우리 국가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많았다"며 "헌재가 정치사건을 다루는 것에 대해 학자들은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라는 말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건들이 들어올 때 재판관들은 많은 고뇌를 하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이념적 경향을 전부 차단하고 오로지 중립적인 입장에서 무엇이 헌법인가 등을 고심해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윤 소장은 이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 절차 논란과 관련 "국회에서 정당들 간에 법률해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헌재 소장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회의원들도 소장이 퇴임한 뒤 후임이 결정 안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은 검토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의 합의를 촉구했다.

특히 윤 소장은 '헌재 내부에서 전 후보자의 임기를 6년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쳐 자체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런 논의 과정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그런 얘기를 비밀로 해야지, 공개적으로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본인은 논의 과정을 몰랐지만, 헌재 내부에서 전 후보자의 임기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탄핵 몇대 몇' 발표했으면 정치적 분쟁 계속됐을 것"

윤영철 소장은 임기 중 가장 판단하기 어려웠던 사건 중 하나로 대통령 탄핵 사건을 들었다. 그는 당시 재판관의 소수 의견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법에서 위헌법률심사·헌법소원·권한쟁의 등은 반대의견을 표시하지만 정당해산과 탄핵은 빠져있고, 재판부의 평의 내용도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당시 국민들의 관심은 '몇 사람이 반대했느냐'였고, 지금도 몇대 몇의 결정이었는지 묻는 사람이 많지만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직후 오찬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을 것이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그렇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는 "극단적인 얘기지만 '탄핵이 9대 0으로 기각되었다'고 발표하면 탄핵을 주도한 국회나 정당들이 얼마나 침통했겠냐"며 "또 반대로 '5명 찬성하고 4명 반대해서 기각됐다'고 하면 '다수결에 따라 정치적으로는 탄핵됐다'는 등 정치적 분쟁이 계속되고 매듭이 안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소장은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판결 당시 적용한 '관습헌법'에 대해 "사실이나 행각이 장구한 세월을 거쳐 반복되고 계속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위반하거나 무시할 수 없도록 규범력이 생기고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다"며 "그 규범력이 법률 차원을 넘어서 헌법 차원의 것이 되고, 그것은 관습헌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나 탄핵 사건에 대해 일부 승복하지 않는 세력이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따르고, 법적 효력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다른 대책을 수립해 나갔다"며 "이것은 독일과 미국에 버금가는 법치주의의 완성품"이라고 강조했다.

퇴임 후 변호사 활동... "전관예우? 공익 위해 일한다면 당당"

그러나 그는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자격 독점 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시각장애인이 좌절에 빠지고, 심지어 투신 자살까지하는 지경에 이르러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 판결의 요지는 안마사 자격을 개방하고, 대신 경쟁에서 밀리는 장애인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 의무고용을 두거나, 복권이나 자판기 운영권을 주는 등 적극적인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재는 헌법적 의무를 이행하라고 국가에 촉구했는데 '불편한 사람을 죽였다'고 매도했을 때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꿀이었지만,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할 까봐 못했다"며 "우린들 소수자인 시각장애인 보호에 힘을 기울이지 않겠느냐"고 거듭 안타까워했다.

윤영철 소장은 헌재 재판관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분들 중에 학계·관료·기업 등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헌재에 들어오는 것은 옳다"고 밝혔다.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할 계획인 윤 소장은 "고위법관 출신이 변호사가 되는 것은 전관예우 때문에 사법부 불신을 조장한다고 일부 젊은 법관들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것이 법조 업무이고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일한다면 당당하고 옳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판 수사 담당 법관들이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노력해서 고쳐야지, 원천적으로 전관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각살우의 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