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상한제…헌재 “사용자·근로자 권리 침해 아냐”

예외 없이 근로시간 최대 주 52시간 제한
“계약의 자유 제한”…근로자·사용자 헌법소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권리 침해 아냐”
“근로시간 단축 통해 근로자 휴식 보장 공익 더 커”
  • 등록 2024-03-04 오후 12:01:00

    수정 2024-03-04 오후 7:4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아무런 예외 없이 근로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헌법재판소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정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청구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과거 근로기준법은 당사자 합의에 의해 1주간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으나, 1주의 의미에 대하여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산업현장에서는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 휴일근로 총 16시간(8시간씩 2일), 합계 1주 최대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8년 3월 20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규정되면서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한정되게 됐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실질적인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으로서 의미를 갖게 됐다.

이에 사업주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5월 14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 내용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근로자를 고용해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헌법재판소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우선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의 문제 개선이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봤다.

실제 2019년 당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이 196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의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헌재는 또 “당사자 간 합의의 방식을 구체화한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사용자와 대등한 협상력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주 52시간 상한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량의 감소와 생산비용의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에게 주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시행일을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 등에 따라 달리 규율해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탄력적인 주 52시간 상한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봤다.

예컨대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및 공공기관 등에 대해서는 2018년 7월부터 적용됐으나,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2021년 7월부터 적용했다.

헌재는 “근로자는 실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임금이 감소할 우려가 있으나 저임금의 문제는 단순히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최저임금의 인상 등 시급 근로자의 보호나 기본급과 수당 사이의 비중을 조정하는 등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이 청구인들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으로 인해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고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며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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