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른바 ‘내구제 대출’로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대출을 해 줄 것처럼 속여 스마트폰을 개통한 후 단말기를 처분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긴 일당 57명이 검거됐다. 내구제 대출은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만, 대출이 안 되는 사람이 휴대전화를 넘기고 일부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휴대폰 깡’으로 로 불린다.
|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자료=게티이미지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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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올해 5월부터 10월 말까지 5개월간 불법 사금융 집단 5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총책 2명 등 4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2022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동통신사에서 대출희망자들 명의로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한 뒤 장물업자를 통해 국외에 유통함으로써 소위 내구제 대출을 취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28)씨는 2022년 6월 경북 구미, 대구지역에서 유통업체 8곳을 개설한 뒤 온라인 대출 플랫폼 여러 곳에 대출 광고를 게재했다. 대출 희망자들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오면 콜센터 상담원들을 통해 대출 희망자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했다. 미리 개설해 둔 휴대폰 판매점에서 이동통신사 전산망에 접속해 휴대전화 개통 가능 대수와 금액을 파악한 뒤, 대출 희망자들의 명의로 대당 130만~250만원에 달하는 최신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했다. 대출 희망자들에게는 기종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급하고 휴대전화 단말기는 장물업자에게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여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불법유심(대포폰)의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하던 중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비롯한 내구제 대출 조직의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과거 내구제 대출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동창과 지인들을 포섭해 범행을 계획·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을 위해 유통업체 8곳, 이동전화 판매점 2곳, 콜센터 2곳, 합숙소 1곳을 각각 개설하고, 실장을 통해 상담원 4명, 배송기사 15명을 모집·교육한 후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A씨의 범죄조직이 1년 2개월간 개통한 휴대전화는 총 461회선, 명의자는 29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단말기 461대는 장물업자를 통해 전량 국외로 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금액은 당시 시가 기준 약 8억 4000만원 상당으로 확인됐다. 대출을 받은 명의자들은 약정에 따른 할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구제 대출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불법 사금융 범죄수법”이라며 “휴대전화 단말기는 해외로 반출돼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은 내구제 대출을 포함한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