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경쟁 활발한데, 라이더들 이탈 못 해…KDI “노동수요 독점 때문”

배달앱 경쟁 치열해졌지만 종사자 유연성 안 높아
71%는 '임금근로자' 응답…사후적 통제도 상당
"공정거래 정책, 노동수요 독점력 개선 방향 돼야"
  • 등록 2023-08-23 오후 12:00:16

    수정 2023-08-23 오후 7:51:35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배달의민족, 쿠팡 등 배달앱들이 사후적 업무 평가나 업무 배정 알고리즘에 등을 통해 라이더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노동수요 독점력이 우려된다는 국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려면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3일 발간한 ‘KDI FOCUS: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보고서에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논의는 지금까지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 경우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떠나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수요 독점력이 강할수록 생산에 기여한 가치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는 힘이 커진다. 즉 노동수요 독점력이 높으면 플랫폼 종사자들이 기업으로부터 낮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소비자와 종사자들이 얼마나 쉽게 다른 배달앱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노동수요 독점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자의 경우 플랫폼끼리 경쟁이 활발해지고 쿠팡이츠 등 후발업체가 빠르게 확대되며 여러 개의 배달앱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비중이 2020년 하반기 약 40%에서 작년 초에는 60%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배달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들들의 이용 유연성은 높지 않았다. 지난 1년간 배달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종사자의 40%가 1개의 배달앱만 이용(싱글호밍)했다고 답했다. 2개 이상 배달앱을 동시에 이용한 멀티호밍 종사자는 약 46%였다.

멀티호밍 종사자들 중에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동기가 비자발적임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1 개의 배달앱만 이용하는 이유도 ‘단일 플랫폼 이용시 보너스·혜택’ 응답 비중이 높았는데, 전환을 할 경우 종사자의 비용 부담이 있어 이동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근무 여건을 보면 배달앱 종사자의 약 71%는 자신이 일하는 형태가 임금근로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업무 수행 평가 시스템 등 사후적 통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와 근로자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의 통제를 받는 ‘임금근로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서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근로자와 사업자를 통합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요섭 KDI 연구위원은 “멀티호밍 금지 등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 제약을 적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거래정책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관련 규제, 재해보상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강한 소나기성 비가 내린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배달원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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