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독일 헤리티지 펀드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피해 원금을 100%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5대 주요 사모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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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묻기 어려워”
22일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현대차증권·SK증권·하나은행·우리은행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109조 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애초에 계약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에 투자자 배상이 아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분쟁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일반 투자자 기준 약 4300억원의 투자 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전문투자자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합의나 소송을 거쳐야 한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약 4835억원이 판매됐다.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요청 건수는 190건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약 3900억원을 판매한 국내 최대 판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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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핵심 쟁점은 환매 중단 발생 원인이 처음부터 존재했는지 아니면 사후에 잘못된 운용으로 발생했는지”라며 “분조위는 처음부터 계획대로 시행되기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 시행사의 재무상태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부터 투자 제안서 계획대로 시행되기 불가능했다고 분조위는 봤다. 계약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 계획대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펀드 판매사들은 독일 시행사의 사업 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분조위는 인정했다.
또 일반투자자인 신청인이 독일 시행사의 시행능력 등에 대해 직접 검증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분조위 조정안을 받은 판매사와 투자자는 20일 이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감원은 나머지 일반투자자에 대해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최대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에서 분조위의 결정 이유와 그에 대한 법률검토, 고객보호·신뢰회복 등의 원칙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피해자들에게 피해원금 50%를 가지급한 바 있다. 금감원 분조위 결정은 권고사항으로 판매사와 투자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개별적인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