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자사의 항암 치료제 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본인이 가진 자사 주식을 팔아 60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된 제약·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임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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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상용)는 1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라젠 전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가 (항암 치료제 후보 물질의) 중간 분석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예측되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했고,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한 뒤 손실을 회피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6월 신라젠의 항암 치료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의 무용성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악재성 정보를 얻은 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을 팔아치워 64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신라젠 주가는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크게 올랐으나 지난해 8월 임상시험 중단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신라젠 주식을 처분하기 전 펙사벡 임상 시험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9년 3월과 4월 등 생성된 자료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미공개 중요 정보가 생성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2019년 4~8월 신라젠의 각종 업무 수행과정을 살펴봐도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등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A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A씨의 수행 업무, 경제 사정, 주식매매 패턴 등도 함께 고려했을 때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인정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신라젠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6월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수의 신라젠 전·현직 경영진이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경영진들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2017년 12월에서 2018년 초쯤인데, 미공개 정보가 생성된 시점은 2019년 3월 이후”라며 “주식 매각 시기, 미공개 정보 생성시점 등에 비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