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협상법
협상력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직결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협상을 하고 상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협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 그동안 본능과 경험에 의존해온 협상을 체계적인 원칙과 실전 사례로 접근해 나도 상대방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승자의 협상법을 전략적 협상가의 견지에서 분석한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한국과 홍콩의 글로벌 기업과 로펌에서 풍부한 협상경험을 쌓고 하버드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을 이수한 협상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율본 기업전담팀을 이끌고 있으며, 비즈니스 협상전략그룹의 수석전문가로 기업과 정부에 협상 컨설팅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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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이데일리 강연 프로그램 ‘위대한 생각 : 승자의 협상법’에서 이같이 말했다. 첫 강연의 주제는 ‘협상이란 무엇인가’. 류 변호사는 ‘협상과 설득, 그 밀고 당기기의 심리학’의 저자 리 톰슨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운전해서 출퇴근하는 것보다 협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수히 많은 협상을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어렵게 여긴다”고 했다.
배우자와의 협상이 어려운 이유…정보·감정·이해관계인·대안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사람은 가족이다. 기혼자라면 배우자가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자와의 협상을 가장 어렵다고 할까.
이에 대해 류 변호사는 “배우자는 당신의 감정, 경제 상태, 사회생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며 “협상력은 정보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 정보가 많이 노출돼 있을수록 상대방과 협상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협상에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이 감정이다. 감정이 깊게 개입할수록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협상은 감정 개입이 심할수록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특히 상대방과의 관계가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배우자와의 관계는 초장기 관계이기 때문에 감정이 개입돼 협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반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은 초단기 관계는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류 변호사는 배우자와 협상이 결정적으로 힘든 이유로 ‘대안 부재’를 꼽았다. 류 변호사는 “대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연하게 협상의 난이도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며 “A라는 기업과 협상을 하는데 A가 아니어도 B, C 등 대안이 있으면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배우자와의 협상이 틀어지면 대안이 없지 않은가. 이렇듯 대안이 없다는 것은 협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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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일상에서 쉼 없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물론이고, 국내 대학 어디에도 협상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없다. 외국은 다르다. 이렇게 자란 한국인이 어렸을 때부터는 협상을 배운 외국인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는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류 변호사는 “2016년 하버드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을 이수할 때 같이 수업을 듣던 미국인 친구는 13살 때 처음 협상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며 “체계적으로 배운 친구들과 우리가 협상을 하면 쉽지 않고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런 교육적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협상에 불안감과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는 △결과에 대한 부담감 △예측 불가능성 △문화적 배경 △교육적 배경 등의 요인이 있다.
류 변호사는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했더라도 결과를 알 수 없다”며 “비즈니스 협상에서 팀을 꾸리고 모든 걸 다 마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대방이 앉자마자 ‘노(No)’라고 할 수 있는 게 협상”이라고 했다.
문화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유교 문화권에서는 윗사람이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문화가 있다”며 “협상은 A와 B가 동일선상에서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유교 문화권 사람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협상에 임해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먼저 제시할 것인가’vs‘듣고 반응할 것인가’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딜러를 만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딜러와 가격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한다. 이때 우리가 사용하는 협상의 기술은 두 가지 패턴으로 구분된다. 먼저 가격을 제시하거나, 딜러의 조건을 듣고 그에 따라 반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먼저 듣고 결정하면 ‘앵커링 이펙트’(Anchoring Effect·닻 내림 효과)에 빠질 수 있다. 앵커링 이펙트는 배가 닻을 내리면 닻을 내린 곳에 정박하듯이 처음에 인상적인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돼 상대방의 판단에 왜곡이나 편파적인 현상을 미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먼저 제시할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불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정보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면 먼저 제안해 앵커링 이펙트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유리하다고 류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정보력의 문제다. 상대보다 정보가 많다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해외 진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낯선 상황에서는 정보를 충분히 취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상대방의 조건을 먼저 듣고, 접근하는 것이 안정적인 협상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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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변호사는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으로 △객관적 수치와 만족도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상대의 첫 제안에 절대 ‘예스’(Yes) 하지 않는다 △첫 제안에는 절대 겸손할 필요가 없다 등을 제시했다.
류 변호사는 “내가 먼저 가격을 제안했는데 상대방이 바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찜찜한 기분이 드는데, 반면 협상을 해서 할인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을 얻었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협상을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첫 제안을 바로 승낙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상대방은 좋은 조건이 아닌 차선책을 먼저 꺼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첫 제안을 수락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더 지르지 못한 걸 아쉬워할 것”이라며 “상호 간에 성급한 결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류 변호사는 “협상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기술”이라며 “단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협상을 하고 싶다면 승자독식의 협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