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지난해 성적표에 ‘침울’

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 등 주요 브랜드 영업익 '뚝'
미샤·잇츠스킨, 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50% 이하↓
  • 등록 2018-02-22 오전 11:29:38

    수정 2018-02-22 오전 11:29:38

미국 뉴욕에 처음 플래그십 스토어(체험형 매장)을 개장한 이니스프리. (사진=이니스프리)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국내 주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로 매출 하락을 보였다. 예상보다 적자 폭이 컸던 일부 화장품 업체는 침통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도 피하지 못한 로드숍 매출 하락

아모레퍼시픽(090430) 로드숍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브랜드 가운데 선두권인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45%가량 하락한 1079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두자릿수 대 성장률을 보이며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했던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뒷걸음질쳤다. 연 매출액도 약 16% 감소한 6421억원 수준에 그쳤다.

에뛰드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00% 이상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던 에뛰드는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에뛰드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약 86% 하락한 4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 매출액 하락률은 이니스프리와 비슷한 18% 수준이다.

LG생활건강(051900)이 전개하는 더페이스샵도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더페이스샵 매출액이 2016년보다 약 12.6% 하락한 5674억원 선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올랐다. 그러나 로드숍 화장품 등만 따로 놓고 보면 동종업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두자릿수 대로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로드숍 화장품 업계는 중국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직후부터 하락세를 걸었다. 그동안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구매대행업자(따이고우)가 로드숍을 방문해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단체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마자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소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매장에서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라며 “이니스프리가 중국에 추가로 출점해서 매출을 늘리려고 해도 대도시급인 1~2선 도시는 이미 포화 상태라 아쉽다”라고 분석했다.

미샤가 지난달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처음 연 미샤 매장 전경. (사진=에이블씨엔씨)
미샤·잇츠스킨·토니모리, 줄줄이 영업익 ↓

‘로드숍 원조’ 미샤 등을 보유한 에이블씨엔씨(078520)도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016년보다 53.8% 감소한 112억2956만1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1% 줄어든 3732억8526만원이며 당기순이익은 87억8961만원으로 51.2% 감소했다.

‘잇츠스킨’으로 승승장구하던 잇츠한불(226320)도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진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50.4% 줄어든 450억822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브랜드도 있었다. 토니모리(214420)는 2017년 19억1294만6000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 매출액도 2016년 대비 11.75% 하락한 2057억3232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사드 갈등이 일단락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195억원대로 하락세를 멈췄다. 중국 구매대행 부문과 면세점 쪽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미샤도 올해부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 현지에 5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로 연 매출액 하락 폭을 15% 내외 정도로 예상했다”라면서도 “올해 위기를 돌파할 다양한 시도로 승부를 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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