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체력에 악재 폭탄까지..코스피 '털썩'

北 리스크·현대기아치 리콜·글로벌 경기우려 '겹악재'
전문가 "北 단기 이슈에 그쳐도 당분간 조정양상"
  • 등록 2013-04-04 오후 3:20:05

    수정 2013-04-04 오후 3:43:39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악재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이 들어맞는 날이었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 덕에 최근 잇단 도발에도 꿋꿋했던 코스피가 글로벌 경기회복 우려, 개별 기업 우려 등 악재가 겹치자 4일 한때 2% 넘게 떨어지면서 1930선대로까지 밀리기도 했다.

여전히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와 비슷하게 북한 도발이 단기 이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과 겹악재에는 장사 없는 만큼 당분간 증시가 조정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줄 이은 악재에 코스피 강펀치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비 1.2% 하락한 1959.45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개성공단 철수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한때 1938.89까지 밀리기도 했다.

북한 리스크가 전부는 아니었다. 이날 개장 전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3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비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하락했고 3월 민간고용도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때문에 뉴욕증시도 하락했다. 해묵은 악재인 엔화 약세도 증시 발목을 잡았다. 이날 일본은행(BOJ)이 공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엔화는 급락했다.

여기에 개별 종목 악재도 더해졌다. 주초에 STX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더니 간밤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시가총액 상위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3~5% 급락하면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북한 도발은 이같은 악재와 맞물려 실제보다 더 파괴력을 발휘했다. 개성공단 철수 통보가 오보였음이 밝혀진 이후에도 낙폭을 크게 회복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北 문제 장기화 조짐..발 빼는 외국인

일단 북한과 물리적인 충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북한도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미국 등 주요국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더 원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했을 때에도 무덤덤했던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엔 북한 리스크가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데다 미국의 대응도 불확실하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 리스크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단기 도발로 끝났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장기화,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신들도 북한의 도발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한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5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15일 5700억원 순매도한 이후 최대다.

신용등급 하향여부가 관건..펀더멘털에 주목

전문가들은 이날 개성공단 오보사태를 지켜보면서 뉴스에 쉽게 흔들리기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도를 가늠하고 판단할 것을 권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으로 주식시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은 국제신용평가사가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정도로 실질적인 긴장이 조성될 경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보다는 증시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이나 글로벌 경제 등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취약한데도 코스피지수는 1년 반 동안 2000선을 넘나들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센터장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약효를 다 했다”며 “투자심리가 불안해지고 있는 만큼 1900선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글로벌 주요 증시에 비해 투자매력도가 높다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950선을 기준으로 MSCI 코리아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8.8배고 예상 주가순자산비율은 1.08배”라며 “지난 수년간 글로벌 위기 국면과 비교해봐도 낮은 수준으로 주식시장이 이미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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