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증거금을 들고 튀어라`?..소액공모 `구멍`

국내 상장 1호 日기업 네프로아이티 상장폐지 위기
"청약증거금 4분의 3 확보..전액 일반투자자 자금"
  • 등록 2011-07-19 오후 5:21:48

    수정 2011-07-19 오후 5:23:36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유상증자에 몰린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증거금을 경영권 인수기업측이 횡령하고, 피인수 기업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국내에 상장돼 있는 네프로아이티(950030) 얘기다.

네프로아이티는 지난 14일 9억9999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149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고 이는 모두 개인, 법인 등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네프로아이티 경영권 인수계약을 맺은 만다린웨스트에서 이번 유증에 참여키로 했으나 만다린웨스트는 한 주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네프로아이티 투자자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네프로아이티가 지난 18일 "만다린웨스트의 부사장 박태경씨가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청약증거금 약 149억을 횡령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곧바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네프로아이티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여부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네프로아이티가 즉시 은행계좌를 동결하면서 청약증거금 상당부분을 확보했다지만 퇴출 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유증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네프로아이티 최대주주인 네프로재팬 관계자는 "유상증자 청약증거금 149억원 중 4분의 3 정도는 확보했다"면서 "일부 인출 사고가 난 뒤 청약증거금이 입금돼있는 은행계좌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약증거금을 횡령한 박태경씨는 만다린웨스트의 부사장이 아니라 대리인 정도로 확인되고 있다"며 "만다린웨스트와 박 씨가 연관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계좌 동결로 40억원 안팎의 자금만 인출된 상태로, 네프로아이티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정정공시를 낼 계획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소액공모제도의 헛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공모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회사의 재무 현황와 감사인의 감사의견 등을 담은 유가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하지만, 공모금액 10억원 미만 소액공모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소액공모는 청약업무를 맡는 주관사를 별도로 선정하지 않아도 되며 회사가 청약증거금을 맡을 수 있다. 네프로아이티도 9억9999만원의 소액공모를 진행하면서 회사가 청약증거금을 받았고, 회사에 있던 통장과 인감을 박 씨가 들고 도주하게 된 것이다.   네프로아이티의 경영권이 만다린웨스트로 넘어갔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만다린웨스트가 인수키로 한 네프로재팬 주식 160만주는 보호예수에 묶여 아직 네프로재팬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만다린웨스트는 아직 실질적인 네프로아이티의 주인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제 3자의 횡령에 해당돼, 해당기업이 상장폐지될 수 있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횡령자의 신분이 임직원인지, 어떻게 통장과 인감을 가져갈 수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판단할 수 없다"며 "횡령배임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횡령액수가 기업에 얼마나 손해를 끼치는지, 기업의 영업지속성과 재무구조는 어떤지 종합적인 심사를 진행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네프로아이티 최대주주인 네프로재팬은 지난 6일 홍콩계 만다린웨스트에 경영권과 보유주식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회계연도 당기 순손실이 139억원에 달하며 자본잠식 상태다.

▶ 관련기사 ◀ ☞네프로아이티, 횡령·배임 혐의 발생..거래정지 ☞네프로아이티, 최대주주 네프로재팬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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