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금리는 그날 그날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연동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관례. 더구나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높은 시기였다.
정부 대표팀은 출국하기도 전에 발행금리 목표를 `미국 국고채 + 200bp`라며 공공연히 내비친 점도 수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외평채 발행은 신제윤 차관보가 결정한 일로, 외평채 발행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건의를 해와 이를 허용했다며 전후 사정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신 차관보는 `9월 위기설`을 잠재울 소방수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 외평채 발행 연기도 검토
하지만 재정부 내부에서는 외평채 발행을 연기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차관보가 자신하던 것과 달리 정책 결정에 따른 득과 실이 함께 있었다는 말이다.
우선 지난 1년간 외평채 유통 금리가 급등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3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2007년 1월 평균 62bp에서, 6월 92bp, 2008년 1월 136bp, 8월 169bp로 치솟았다. 지난 9월 2일엔 188bp로 2000년 들어 최고치를 갱신했다. 외평채 발행금리가 높아지면 정부는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외평채 10억달러를 발행할 경우 금리를 10bp만 낮춰도 정부는 연간 100만달러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정부가 당초 지난 4월 10억달러 외평채 차환 발행을 검토했지만 연기한 이유는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 투자심리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국면에서 시장 심리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하면 국내 은행, 공기업, 기업들이 대거 외화 차입에 나설 것이라는 논리엔 거품이 끼어있다. 외평채 발행은 정부가 외화 조달의 기준 금리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도다. 정부가 앞장서면 공기업, 민간기업들이 따를 것이라는 사고 방식은 개발연대식 사고틀이다. 공기업들은 오히려 환율이 하락하던 지난해 해외 차입을 규제하다, 올해 환율이 오르자 외화차입을 종용하는 '롤러코스터' 정책에 어리둥절해한다.
◇ `외평채 발행 성공 = 시장 안정` 논리는 무리수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외평채 차환 발행은 선택의 문제다. 어떤 시기에 보다 더 싼 금리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부는 외평채 발행을 `9월 위기론`과 관련시키는 `무리수`를 뒀다. 9월 위기설 해소와 외평채 발행이라는 두 사건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 9월 위기설의 단초는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인데 국고채 만기일을 무사히 넘기면 이 불안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다. 그리고 실제 우려했던 위기는 터지지 않았다.
사실 정부가 보장하고 금리까지 높게 쳐줄 경우 외평채는 투자자들에게 `매력 덩어리`일 수 있다. 정부는 출국 전까지 투자자들이 몰릴 경우 외평채 발행 가산금리를 170~180bp까지 기대했다. 목표(200bp)보다 10bp만 낮춰도 신 차관보는 `월계관`을 쓴 개선장군이 됐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리먼브라더스 주가 폭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와병설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가산금리가 200bp를 넘어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가 목표한 금리 수준을 넘었을 경우 발행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그러나 정부가 밝혔던 `외평채 발행 = 9월 위기설 해소`라는 등식은 정부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행히도 최 국장은 이날 "9월 위기설은 해소됐다"며 "가격 조건이 맞지 않으면 외평채 발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가산금리를 더 내리기 위한 블러핑인지, 실제 발행을 연기할 지는 하루만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협상을 잘 해 이자를 한푼이라도 덜 주고 자금을 조달해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