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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 주식 투자 비중 8분기 만에 최저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금융자산 거래액에서 금융부채 거래액 차감)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1년 전(25조1000억원)에 비해 11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2분기(1조4000억원 순자금 조달)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급감한 것은 가계 여윳돈이 급감한 데다 기업(비금융법인)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서 자금 운용이 크게 축소된 영향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 즉 여윳돈은 26조5000억원으로 1년 전(33조9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 감소했다. 2021년 2분기 가계 여윳돈이 40조7000억원 감소, 24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든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전년동기비 감소도 5분기 만에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예금, 주식 등 자금 운용 규모가 84조1000억원에서 37조6000억원으로 반토막 이상(46조5000억원) 축소됐다. 고금리에 빚투(빚을 내 투자) 여력이 줄어든 데다 이자 부담까지 급증한 영향이다. 저축성 예금이 37조원으로 전년동기(19조7000억원) 대비 급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자가 낮은 결제성 예금이 16조9000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주식 투자액은 작년 3분기 27조7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으로 5분의 1 감소했다.
이 기간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1.06%에서 3.10%로 오른 반면 코스피 지수는 평균 3196에서 2394로 25%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예금 비중은 43.6%로 10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주식 비중은 17.9%로 8분기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대출 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금 등 자금 조달 규모는 11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1년 전(50조2000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출 금리는 4.81%로 1년 전(3.09%)보다 1.7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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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원가 부담 커졌는데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
비금융법인의 대출 등 자금 조달은 81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90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증시 불안에 주식 발행이 18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은 37조4000억원에서 46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채권발행은 민간기업은 줄었지만 한국전력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증가, 11조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원가 부담 증가에 자금 수요가 늘어났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보니 현금, 예금 뿐 아니라 투자도 시원찮았다. 현금 및 예금은 9조1000억원 감소해 1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고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도 1조4000억원 줄어 2020년 4분기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가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재정지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이에 따라 순운용 규모, 여윳돈이 22조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1조4000억원)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금융법인은 순운용 규모가 15조4000억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6조2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에서 순운용된 2조2000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외 부문 순운용은 -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총금융자산은 작년 9월말 현재 2경3861조5000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530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식 투자는 쪼그라들었지만 직접 투자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2배로 전분기말(2.13배)로 2분기 연속 축소됐다. 금융자산이 4914조2000억원으로 8조1000억원 줄었고 금융부채는 2322조7000억원으로 11조3000억원 가량 더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