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업집단 고려제강 소속 SYS홀딩스가 10년 넘게 전자랜드에 무상으로 부동산 담보를 제공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억대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사건 회사들이 열악한 재무상황에도 2세 승계가 진행되고 있단 언론기사를 보고 감사보고서를 역조사한 끝에 법위반을 적발했다.
| 노태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업집단 ‘고려제강’ 소속 SYS홀딩스의 SYS리테일(옛 전자랜드)이 부당지원 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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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정위는 고려제강 소속 SYS홀딩스가 계열회사인 SYS리테일에 부동산 담보를 무상 제공해 장기간 낮은 이자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SYS홀딩스에 7억 4500만원, SYS리테일에 16억 23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SYS리테일은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전자랜드’ 운영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SYS리테일은 자신이 보유한 30건의 부동산(담보한도액 최대 910억원)을 계열사인 SYS리테일에 무상으로 담보로 제공, SYS리테일이 2009년부터 올해까지 약 11년간 총 195회에 걸쳐 낮은 금리로 신한은행·농협은행에서 6595억원의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부당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 운영사인 SYS리테일은 가전제품 구매 및 지점 임대료·보증금 지급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2009년부터 적자 전환하는 등 재무상태가 심각해지고 자기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등도 없어 은행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자 SYS홀딩스에 무상 담보제공을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결과 SYS홀딩스의 담보제공이 없었다면 SYS리테일은 대출 자체가 어려웠거나 혹은 500~7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아닌 100~200억원 정도만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SYS리테일이 무상으로 제공받은 담보를 통해 약 11년간 저리로 대출 받으면서 약 7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추산했다.
이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에 속한다. 고려제강 소속인 SYS홀딩스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이 아니기에 여신 채무보증을 할 수는 있으나 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모두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그룹인 점, 그간 공정위 제재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검찰 고발은 제외했다.
고려제강·SYS홀딩스·SYS리테일은 모두 특수 관계다. 지난해말 기준 SYS홀딩스는 고려제강 동일인(홍영철 회장)의 동생인 봉철씨가 63.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SYS리테일은 SYS홀딩스가 48.32%, SYS홀딩스 최대주주 봉철씨의 아들 원표씨가 23.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고려제강(법인) 역시 SYS홀딩스 12.07%, SYS리테일 6.2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 (자료 = 공정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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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19년 SYS리테일이 재무상황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2세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언론기사를 토대로 감사보고서 등을 역추적해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열악한 재무상황에도 대규모 차입이 성공한 배경을 조사하다가 부동산 무상 담보 제공이 있었음을 인지, 2019년 6월부터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노태근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장은 “중견기업 집단의 무상 담보제공 등 불공정 경쟁수단을 활용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는 위법행위를 시정한 점에 의의가 있다”며 “계열사라는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지원해 시장 퇴출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한 관행도 제재한 점이 의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