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거래소가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상장 특혜 의혹에 대해 “코스피 상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의 요청이 아니라 코스피시장의 적극적 상장유치 활동의 일환”이라고 29일 밝혔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적극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란 평가도 있지만 거래소 내부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란 한 개의 기업을 위해 상장 규정을 개정했단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측은 “지난해 6월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언론은 국내 성장유망기업의 해외거래소 상장 추진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기회 상실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며 “이에 상장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설립됐고 3년 연속 적자(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기록해 코스피시장 상장요건엔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이전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거나 이익이 30억원이 넘어야 가능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장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규정 요건을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개정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10조3200억원, 자본총계는 올 6월말 2조7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0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됐다.
거래소측은 “코스피시장 상장 요건 완화는 해외 주요 거래소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적자기업 상장이 일반화돼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두고) 시기가 이래서 비선을 통해 (규정을 완화한 것 아니냐는 등의)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데 큰 기업을 해외로 뺏기기 싫어서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규정을 고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상장규정을 개정한 후 최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는 적자기업이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소 내부에선 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될 수 있었던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개 기업을 위해 상장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규모는 2조~3조원에 달하는데 코스닥시장의 최대 공모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해 기업 규모상 코스닥 상장은 애초에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