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과거 롯데그룹을 둘러싼 수난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문제부터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그리고 이번에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롯데그룹의 수난사를 살펴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
올해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인허가부터 말이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한 건 1994년부터지만 건설 인허가를 받은 건 2009년이다. 인허가를 받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바로 서울공항 때문이다.
서울공항을 기지로 사용하는 공군은 안보 문제를 들어 제2롯데월드 건설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100층이 넘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이착륙에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조정해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해 대대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롯데그룹 임직원들의 로비는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제2롯데월드는 착공 이후에도 안전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고층 빌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과 수족관 수중터널 누수, 바닥 균열 등이 겹치면서 제2롯데월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 롯데물산은 안전관리위원회를 꾸려 적극 대응했고 안전문제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21세기 형제의 난’ 롯데 경영권 분쟁
지난해부터 이어진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분쟁은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보다 그룹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롯데그룹 지분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롯데그룹을 두고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는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후 국내에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하며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증언 등을 토대로 경영권 승계를 주장했고,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를 내걸고 그룹을 경영해왔다.
결국 두 사람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지난해 8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원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SDJ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차려 경영권 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롯데도 못 피해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올초 전국을 뒤흔든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롯데그룹을 비켜가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하는 자체 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했다. 문제는 PB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원료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성분과 똑같다는 점이다.
롯데마트는 피해 보상을 위해 우선 1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체 피해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피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마트의 이 같은 움직임이 관련 임직원들의 검찰 소환이 임박하면서 면피성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이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10일 오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올 연말 제2롯데월드 완공을 앞두고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 대표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에 묶인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50%로 6개월 동안 영업정지를 당하면 약 7750억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는 9월 28일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협력사 600여곳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이 영업정지를 받은 이유는 지난해 4월 진행된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재승인을 신청할 당시 배임수재 등의 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임직원을 적게 작성해 제출했고 이 때문에 감점을 적게 받았다는 지적이다.
검찰 조사 빌미 제공한 롯데면세점 비리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은 롯데그룹의 총수인 신씨 일가의 장녀 신영자 이사장이 직접 연루됐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크다. 검찰은 이번 비리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물꼬를 텄다.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알려졌다.
진술에 따르면 정운호 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롯데면세점에 새 매장을 열어주거나 이미 입점한 매장을 좋은 자리로 옮겨주는 등의 대가로 신영자 이사장에게 17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이사장은 면세점 사업부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번 검찰 수사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들의 비자금 조성이 포착되고 비자금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들어난다면 롯데그룹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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