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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직장인 김서라(가명)씨는 스마트폰으로 펀드에 가입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스마트폰 상에 있는 ‘이달의 추천펀드’를 무작정 가입했다. 추천 사유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좋은거겠거니 하고 일단 가입했다. 며칠 후 김씨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저렴한 수수료가 적용될 줄 알았는데 온라인인 상에서도 오프라인과 똑같은 수수료가 부과되는 펀드를 같이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하필 김씨가 가입한 펀드였다. 같은 펀드인데도 수수료가 다른 클래스를 모두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행태에 김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가입한 펀드 판매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다. 비대면 거래가 금융사 직원을 직접 마주해 상품에 가입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3일 비대면채널 펀드판매 체계 개선을 포함한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영업관행 점검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시장참가자의 준법의식 제고와 감시활동 강화를 목표로 했다.
이에 금감원은 비대면 펀드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불합리한 온라인 펀드 팔매절차와 광고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채널 특성을 고려한 ‘펀드의 온라인 판매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위험상품을 판매하면서 관행적으로 남발하던 ‘투자성향 부적합 확인서’ 제도도 뜯어고친다. 지난해 7월 기준 은행의 부적합 확인서 징구 비율은 펀드는 51%, ELS를 신탁상품으로 편입한 ELT는 52%로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투자성향 조사 결과 ‘안정형’으로 나왔는데도 투자성향 부적합 확인서를 형식적으로 받아 판매한 셈이다. 판매사들은 이 확인서를 받음으로써 향후 불완전판매 논란이 발생할 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권유 없이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후 금융사들이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등 실태점검과 함께 준법감시인 워크숍 등을 통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상장사 눈치보느라 객관적인 기업분석보고서를 쓰지 못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꾸준히 개선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 우선 상장협회와 코스닥협회, 금투협회와 금감원으로 구성된 4자간 정기협의체를 구성해 현행 IR협의회의 모범규준과 애널리스트 윤리강령을 기초로 새로운 ‘(통합)윤리규정’을 제정한다. 아울러 애널리스트의 질적·양적성장을 도모하고 의식제고 등 독립성 향상을 위한 증권사의 내부적 노력도 병행토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직원들이 늘상 도마 위에 오르는 고질적인 위규행위도 다시 한 번 꼬집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들이 금품수수와 갑을관계의 영업관행 명목으로 재산상 편익을 제공·수령하는 업계 불건전 영업관행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도모한 행위에 대한 점검을 올해 집중 검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법 자전거래와 자기매매 등이 검사 대상이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장 곳곳에 내재된 불편·부당한 관행부터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히 고령투자자 등 취약계층 금융소비자가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분기까지 각 과제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