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시회는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전략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밴드 형태의 다양한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기기를 전시하면서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MWC 기간 중 삼성전자는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와 웨어러블 기기 3종(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삼성 기어 핏)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중국 업체들도 전략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앞세워 메인 전시장인 3홀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입을 알렸다. 이외에도 전통적으로 통신, 기기, 콘텐츠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본격적인 융·복합(컨버전스)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다양한 기술들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헬스케어와 연계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선봬
MWC를 주관하는 세계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올해 MWC의 주요 특징 중 가장 먼저 ‘웨어러블(입는) 기기’를 꼽았다.
GSMA의 분석처럼 이번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삼성 기어 핏 등 3종을, 소니는 ‘스마트워치 2’와 ‘스마트밴드(SWR10)’를, 화웨이도 ‘토크밴드’라는 스마트 밴드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웨어러블 기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특히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3종의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인 데 이어, 지속해서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며 “건강에 초점을 맞춘 피트 밴드와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스마트 워치가 대세를 이룰 것이냐를 두고 각종 제품들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연계된 웨어러블 기기 확산을 도모하는 추세”라며 “이는 웨어러블 기기의 독자 성장 외에도 스마트폰과 연계시켜 스마트폰 시장 정체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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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화웨이는 MWC의 공식 후원을 맡으면서 브랜드 홍보에 주력했고, 레노버와 ZTE 전시관에도 국내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들이 모습을 나타내면서 중국 업체의 비약적인 성장에 관심을 나타냈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하드웨어적인 경쟁은 많이 비슷해졌다”며 “우리와의 기술격차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뒤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베끼는 것 중심의 생산을 하다보니 아직은 간극이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 그런 부분도 좁혀질 것”이라며 “태블릿은 아직 업계 상위 업체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스마트폰처럼 곧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의 JD 하워드 모바일인터넷디지털홈(MIDH) 부문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꺾고 세계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신 사장은 실제로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중국업체 전시관을 임원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제품을 일일이 시연해보는 등 중국 제품의 기술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화웨이는 올해 MWC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어센드 G6’와 태블릿 ‘미디어패드 X1’ 등을 선보였다. 레노버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애플리케이션 ‘두잇(DOit)’ 시리즈와 풀HD 태블릿을, ZTE도 패블릿 ‘그랜드 메모 2’를 선보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 전 세계적으로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구축이 본격화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도 LTE 모델을 대거 선보이면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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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을 필두로 한 한국 통신사들은 글로벌 통신업체와 LTE 속도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SK텔레콤은 광대역 주파수 3개를 묶어 총 60㎒의 주파수를 통해 450Mbps로 LTE의 6배에 달하는 속도를 시연했고, 네트워크 가상화(NFV)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선보였다.
현재 LTE보다 1000배 빨라지는 ‘5G’는 아직 추상적인 단계다. 에릭슨, NSN, 알카텔루슨트 등 유럽 통신장비업체들이 1~10Gbps 속도가 나오는 5G 기반 기술을 선보였지만 기술, 표준, 주파수 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업체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시범서비스를 하겠다고 선포한 상황에서 유럽업체들간 치열한 선점경쟁이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통신업체-장비업체-IT기업 간 사업영역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통신사들의 먹거리를 찾는 것도 주어진 과제다. 네트워크 기술은 이통사뿐만 아니라 에릭슨, 화웨이, NS 등 장비업체 외에 시스코, IBM, HP 등 IT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넘어서 스마트2.0시대에 중심이 될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의 성공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 비슷하다”면서 “(통신사-장비업체-IT기업이) 각자의 위치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여 사업 기회를 만드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통사, 제조사, 서비스 및 콘텐츠 업체 간 얼마나 협력 모델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이번 MWC에서 통신업체들이 그간 배척했던 서비스·콘텐츠·OTT(over the top)업체를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만큼 더 이상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