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채권시장을 지배했다. 집값 폭락 가능성이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고 환율 하락으로 인한 경제 훼손에 대해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싹텄다. 특히 월말 지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참가자들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6월에는 콜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었지만 이런 전망이 다소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제 올해는 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이러자 환율이 급등해도 채권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0원10전 급등한 947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크게 오른 점도 무시됐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채권 사자에 나서면 금리를 끌어내리는 선봉에 나서기도 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장외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5-3호는 전날보다 2bp 내린 4.75%로 장을 마쳤다. 5년물 5-5호와 6-2호는 4bp, 3bp씩 내린 4.88%, 4.91%를 기록했다. 10년물 5-4호는 2bp 하락한 5.20%.
장내시장에서는 2조1300억원어치 거래됐다. 5-3호가 9800억원 거래됐고 6-2호가 9200억원 손바뀜이 이뤄졌다. 나머지 종목은 1000억원 미만으로 거래됐다.
◇"6월에 콜금리 못 올릴 걸"
경기 전망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수정되는 눈치다. 환율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고 집값 하락에 대한 전망도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공격적이었다. 선물로 3500계약 가량 사들이면서 국채선물 가격은 고점 부근에 다다르기도 했다.
투신사 한 팀장은 "환율 하락 영향은 이미 수출 쪽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며 "경기에 대해 확신하던 쪽에서 이제 반신반의하는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 금통위에서도 한은이 경기 전망에 대해 일부 수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이는 향후 통화정책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6월에는 콜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하락" Vs "이익 실현 시점"
기존에 참가자들이 생각했던 박스권 하단에 내려온 금리가 과연 추가로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3년물 금리는 4.75%에 걸려있다.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쪽은 중장기적인 금리정책의 변경 가능성과 참가자들의 전략 변경을 이유로 꼽았다. 이제 콜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고 이러면 결국 금리도 이제 변곡점에서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조심스러운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앞선 투신사 팀장은 "콜금리를 6월에 올릴 수 있었지만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4%나 4.25%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경기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콜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부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그는 "일단 4.75%에 걸렸지만 중장기적인 금리 전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매수 그리고 추가 금리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 월요일 입찰 부담이 있어 아래쪽으로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장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직 장세가 전환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추가 금리 하락은 부담이다. 차익실현 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박스권에서 확실히 탈피하기 이전에는 금리가 좀 더 내리면 매도의 관점이 유지하는 것이 마음 편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