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퐁당퐁당 등교, 집콕 중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안전사고' 주의

잦아지는 화상, 열상, 찰과상 등 초기대처법 알아두어야
  • 등록 2020-06-11 오전 11:13:26

    수정 2020-06-11 오전 11:13:2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지성이(남·6)는 최근 집에서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엄마가 잠시 집안일을 하는 사이 식탁 의자에 부딪혀 입술 위쪽이 찢어진 것. 아이도 울고, 놀란 엄마도 함께 울면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지성이는 상처 부위를 네 바늘이나 꿰맨 상태다. 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입술 위쪽은 피부가 약하고, 성장 시기라 흉터가 더 남을 것 같다.

규빈이는(남·2) 눈 깜짝할 사이 커피포트를 만지다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팔에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다. 현재 성형외과 외래를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성형외과 민경희 교수는 “어린이는 신체적 위험 요소에 대한 이해나 조심성이 적다. 어른들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집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에 노출되는 이유다. 보호자들이 막연히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주의를 게을리한다면 어린이들은 심각한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아이들 시각에서 주위 환경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평소 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올바른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집에서 화상을 입는 아이들이 많나요?

화상의 종류는 열화상, 전기화상, 화학화상 등이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열화상이 가장 흔하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밥을 먹다 국물에 데이거나 ▲엄마가 아이를 안은 채 커피를 마시다가 쏟는 경우 ▲분유나 커피를 타려고 끓여 놓은 커피포트를 만지다가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증기에 손을 덴 경우 ▲다리미를 만지다가 등 다양한 경로로 일어난다.

큰 아이들의 경우 라면을 끓이다가, 사발면 국물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실제 외래 환자 중에는 쌀국수를 배달시켜 받는 과정에서 쏟아지면서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상은 열에 의한 손상이기 때문에 화상 부위를 흐르는 찬물에 10분 이상 식혀줘야 한다. 화상 부위에 옷을 입고 있었다면 조심스럽게 벗겨줘야 하는데, 이땐 옷을 가위로 자르는 것이 좋다. 단 화상 부위에 딱 붙어있는 물질은 무리해서 떼지 말자. 화상으로 인해 부종이 발생할 수 있으니 혈액순환에 문제가 되는 팔찌, 시계, 반지도 제거해주자. 마지막으로 상처의 감염방지를 위해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상처를 덮은 후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간혹 집에서 화상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고를 바르다 물집이 터질 수 있고 집에서 바르는 과정에서 2차 감염의 위험성도 크다.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가루약을 뿌려도 안 된다.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된장이나 간장, 알로에, 소주 등을 붓거나 바르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한다. 화상 부위를 감염시켜 치료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흉터가 더 많이 남을 수 있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응급처치는?

화상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차가운 식염수를 10분 이상 부어 화상 부위를 식혀준다. 그 후 소독을 할 땐 작은 물집들은 터뜨리지 않고, 물집이 크게 잡혀 있는 경우에는 물집에 주사바늘로 구멍을 내 터뜨린다. 이때 물집은 벗기지 않는다. 이러한 처치는 의사가 판단해야 하므로 집에서 물집을 터트리거나 벗겨서는 안 된다. 항생제 연고를 도포하고 폼드레싱 제제로 소독한다.

◇화상도 정도에 따라서 치료법이 다른가요?

온도나 노출 시간에 따라 1도 화상, 2도 화상으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피부가 빨갛게 되고 조금 부어오르며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2도 화상은 표재성과 심재성으로 나뉘는데, 표재성 2도 화상은 보통 2주 안에 치료가 되지만 심재성 2도 화상은 2주 후에도 낫지 않고 상피화가 되지 않는다. 이땐 생물학적 드레싱(사람 유래 피부각질세포가 부착되어 있는 드레싱 제제)을 시행하거나 피부 이식술 등이 필요하다.

◇초기 대처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때 보호자들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올바른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처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만 붉게 변하는 1도 화상은 큰 문제 없이 회복되지만 수포가 잡히는 2도 화상은 2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 심한 화상을 잘못 치료하면 보기 흉한 흉터로 자라면서 자칫 놀림감이 되거나 심한 경우 성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영유아들은 치료과정이 힘들 뿐만 아니라 왕성하게 성장하는 시기여서 흉터로 인한 구축이 생기거나 성장하면서 흉터가 넓어질 수 있다.

◇찢어지거나 긁힌 외상, 초기 대처법은?

열상은 찢어진 상처를, 찰과상은 긁힌 상처를 뜻한다. 열상은 집에서 가구나 장난감 모서리에 부딪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찰과상은 넘어지면서 얼굴이나 무릎에 깊게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일단 상처에 이물질이 있는 경우 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씻어줘야 한다. 피가 난다면 거즈나 깨끗한 천으로 압박하고 손가락인 경우 심장보다 높은 자세로 올려줘야 한다. 간혹 집에서 지혈제를 뿌리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상처에 달라붙어 상처 부위를 보기 힘들어지므로 피해야 한다. 이물질이 상처에 박혔다면 나중에 문신처럼 피부에 박힐 수 있어 병원을 방문해 깨끗하게 제거해줘야 한다.

◇흉터 최소화하려면?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만큼 상처가 나은 후에도 흉터 연고나 붙이는 흉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단 흉터 제품들은 흉터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흉터가 도드라지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다. 아이들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흉터가 옅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라 피부가 늘어나면서 흉터도 같이 넓어지게 된다. 아이들의 경우 흉터 레이저 치료를 통해 흉터를 옅어지게 할 수 있다. 흉터 부위를 절제하고 눈에 덜 띄게 다시 봉합하는 흉터 성형술도 있지만, 이러한 수술은 다친 후 최소한 1년이 지난 뒤에 시행하게 되는데, 아이들의 경우 성장이 끝난 후 성인이 되어 시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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