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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이 고향이라는 대학생 윤모(22)씨는 4일 “‘자체 휴강’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는 길인데 어제 동기들과 밤새도록 놀고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로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내기를 했다는 윤씨 등 과 동기 5명은 “다 함께 참여했으니 승자도 패자도 없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각자의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상 첫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전국 각지로 떠나기 전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투표소 앞에서 셀카를 찍으며 기념하는 가족들, 짐가방을 든 채 순서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서로 고향은 다르지만 생애 첫 투표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대학생들 등 각양각색이었다.
연휴를 맞아 부산으로 부부 여행을 떠난다는 이은순(57·여)씨는 “거주지에서 할 때는 투표소가 멀어 미루다 못 간 경우도 있었는데 투표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돼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9일 본 투표도 있지만 ‘숙제’를 미리 끝내자는 심정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역을 찾았다는 최기용(38)씨는 “본 투표날인 9일에 별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해 놓고 싶었다”며 “투표를 마치고 나니 마음도 홀가분하고 더 편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오전 10시 기준 2000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 중 용산구 거주민은 179명으로 이 곳에서 투표한 사람 90% 이상은 여행객인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보다 사전투표 호응이 좋은 것 같다”며 “이번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서울역에서 사전투표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 당시 서울역에서는 7800여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