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 '한 표' 꾹…서울역 사전투표소 장사진

대학생들, 투표 후 고향 앞으로…휴가 나온 군인도 참여
부부·가족 여행 전 '소중한 권리' 행사
  • 등록 2017-05-04 오전 10:38:48

    수정 2017-05-04 오전 10:55:45

19대 대선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투표 안 한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내기했는데 결국 다 같이 왔네요.”

강원 고성이 고향이라는 대학생 윤모(22)씨는 4일 “‘자체 휴강’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는 길인데 어제 동기들과 밤새도록 놀고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로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내기를 했다는 윤씨 등 과 동기 5명은 “다 함께 참여했으니 승자도 패자도 없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각자의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상 첫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전국 각지로 떠나기 전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투표소 앞에서 셀카를 찍으며 기념하는 가족들, 짐가방을 든 채 순서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서로 고향은 다르지만 생애 첫 투표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대학생들 등 각양각색이었다.

연휴를 맞아 부산으로 부부 여행을 떠난다는 이은순(57·여)씨는 “거주지에서 할 때는 투표소가 멀어 미루다 못 간 경우도 있었는데 투표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돼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군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한 군인은 “원래 4~5일 이틀간 부대 밖으로 나가서 일괄적으로 투표를 하는데 오늘부터 휴가여서 서울역에서 투표를 하게 됐다”며 “상관이 투표를 꼭 하라고 지시해서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자연스럽게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9일 본 투표도 있지만 ‘숙제’를 미리 끝내자는 심정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역을 찾았다는 최기용(38)씨는 “본 투표날인 9일에 별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해 놓고 싶었다”며 “투표를 마치고 나니 마음도 홀가분하고 더 편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전투표 덕분에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시민들도 많았다. 약대 시험 준비로 기숙학원에서 생활한다는 양성은(28·여)씨는 “7일부터 기숙학원에 들어가 본 투표날인 9일에는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며 “사전투표가 아니었다면 투표 자체를 할 수 없었을 텐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학원 방학기간이 짧아 남자친구도 보러 가야 하는 등 일정이 빡빡해 사전투표조차 못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침 서울역에 투표소가 있어서 참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오전 10시 기준 2000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 중 용산구 거주민은 179명으로 이 곳에서 투표한 사람 90% 이상은 여행객인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보다 사전투표 호응이 좋은 것 같다”며 “이번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서울역에서 사전투표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 당시 서울역에서는 7800여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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