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급등 하루만에 다시 13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전날 무서운 기세로 1300원을 거뜬히 돌파했지만 간밤 다우지수가 아시아 증시 폭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매수세가 꼬리를 내렸다.
14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22월 하락한 1293원으로 마감했다. 간밤의 미국 주식시장 상승에 따라 갭하락으로 출발한 달러-원 환율은 1303원까지 오르며 상승전환을 시도했으나 꾸준히 흘러나오는 네고 물량에 힘을 잃고 1290원대로 주저 앉았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베팅했던 은행권이 손절매에 가담하면서 한때 1289원60전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날밤 NDF 시장에서는 전일종가대비 8원 내린 1307원으로 마감했으나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까지 꾸준히 매수로 일관하며 환율 상승을 이끌었던 역외 투자자도 오늘은 장 초반 저가매수에 잠시 가담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동안 롱포지션을 쌓아온 세력들은 1300원 전후를 고점으로 인식하고 이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 상승세 이어갈 모멘텀 부족..당분간 증시 움직임에 연동할 듯
한 외환딜러는 "어제 심리적 분위기를 타고 환율이 급하게 오르긴 했으나 너무 급하게 오른 측면이 있는데다가 오늘은 추가적으로 상승을 이끌만한 후속타가 없었다"고 시황을 요약해서 전했다.
또 다른 딜러는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상황이어서 환율이 다소 올라가면 매물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어느 한쪽 방향으로 강하게 쏠리기는 어려운 장세"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역외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수하는 이유가 그동안 투자했던 한국물에 대한 헷지 차원이라는 추측이 깔려있다. 한 딜러는 "6월까지만해도 전체적인 시장의 방향이 뚜렷했는데 7월부터는 시장의 방향성이 사라졌다"면서 "당분간 새로운 모멘텀이 생길 때까지는 기간조정이나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외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하는 것과 달러-원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 비슷한 배경이라는 추측이다.
당분간은 증시의 흐름에 외환시장이 연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딜러도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갈지 여부는 주식시장에 달려있는 것 같다"면서 "업체들이 갖고 있는 매도물량도 만만치 않아서 한쪽으로 쏠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주요지표
이날 시장평균환율은 1,295.7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거래대금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72억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16억달러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오후 3시 무렵 달러-엔 환율은 93.27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386.60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