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대)맷집을 보여주세요

  • 등록 2008-02-29 오후 5:02:48

    수정 2008-02-29 오후 5:02:48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전날 나온 악재를 종합해 보자.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23일 마감 기준)는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 고용 및 소비 전망에 암운을 드리웠다.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금의 상황이 (경기 후퇴 국면이었던) 2001년의 기술주 버블 때 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일부 중소형 은행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해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글로벌 증시가 동시에 추락하던 연초만 하더라도 이 정도 악재가 돌출됐다면 주가는 또다시 폭락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의 낙폭은 1%를 넘지 않았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가 `버냉키 쇼크`를 외치며 동반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증시가 널뛰기 장세에서 벗어난 것은 비단 이날 뿐만이 아니다. 2월들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 이상 움직인 거래일은 이틀에 불과할 뿐, 1만3500선 언저리에서 박스권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투자은행의 실적 하나에도 급등락을 반복하던 미국 증시가 이처럼 둔감해진 것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경기 후퇴 우려가 이미 선반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고, 지난 수 개월간 대형 악재에 시달려온 투자자들의 맷집이 단단해져서일 수도 있다.

물론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바닥다지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겠지만 유동성 장세가 진정되어 간다는 데 만큼은 의견 통일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이날 뉴욕 증시에 접근한다면 투자자들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개장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도 굵직굵직한 악재가 대기하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실적 부진이 가장 신경 쓰인다. 이날 뉴욕장 마감 이후 AIG는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주들이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재료다.

세계 2위 PC 제조업체 델(DELL)도 장마감 후 월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분기 실적을 발표, 기술주에 하락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미국 1,2위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의 2월 판매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통신의 서베이도 `실적 쇼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지표도 만만치가 않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발표되는 1월 개인소득지출(PCE) 물가지수가 어떤 양상을 보이느냐는 이날 증시의 희비를 가를 재료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표가 예상을 하회할 경우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FRB 정책권자들이 대거 연단에 나서는 것은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프레드릭 미시킨 FRB 이사,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잇따라 대중 앞에 선다.

이들이 FRB의 금리 인하를 재확인하고,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다면 산적한 악재에 고심하는 투자자들은 한시름 덜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지표 : 오전 10시30분 FRB가 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1월 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일정 : 오전 11시 프레드릭 미시킨 FRB 이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가 통화정책포럼에서 연설한다. 오후 12시15분에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패널도 참가한다. 오후 1시30분에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와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뉴욕의 통화정책포럼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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