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TV, 노래방 덕분에 뜨네

오락·유흥업소들 PDP·LCD 설치 유행
판매량 300% 늘어… 전담 영업팀도 둬
  • 등록 2005-12-20 오후 8:33:34

    수정 2005-12-20 오후 8:33:34

[조선일보 제공] 지난 10일 저녁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노래방 ‘질러존’. 2층과 3층에 마련된 11개의 ‘노래방’마다 마이크를 잡은 아마추어 ‘가수’들이 열창 중이다. 어두운 분위기 일색인 여느 노래방과 달리 밝은 분위기가 특징인 이 노래방에선 특히 방마다 벽에 걸린 42인치 PDP TV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손님 손인수(회사원)씨는 “작은 화면을 볼 때의 갑갑함이 없어 노래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디지털TV 업계가 오락·유흥업소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수십 대의 TV 구비(具備)가 필수적인 노래방·유흥주점·모텔·나이트클럽 등 오락·유흥업소가 최근 대형 TV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 공항·기차역 등 공공기관이나 대형 요식업소에 국한해서 40인치 이상 대형 PDP·LCD TV 주문이 들어오던 올해 초까지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 청담동의 P유흥주점은 지난달 노래 반주기용 TV 20여 대를 42인치 PDP TV로 모두 바꿨다.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가를 적용받긴 했지만, TV 교체에 들인 돈만 5000만원이 훨씬 넘었다. 경기도 시흥의 한 모텔도 이달 초 50여 개의 방마다 42인치 PDP TV를 들여 놓았다. P유흥주점 김모 사장은 “요즘은 업소마다 PDP·LCD 등 대형 TV를 설치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라면서 “특히 내년엔 월드컵 축구대회도 열릴 예정이라 일찌감치 대형 TV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모가 비교적 작은 오락·유흥업소에서 대형 TV 대량 구매에 나서는 것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42인치 PDP 가격이 30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올해 들어 대형 디지털TV 가격이 최고 절반 가까이 급락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지난달 PDP TV 30여 대를 설치한 서울 강남구의 A노래방 박모 사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TV가 설치돼 있느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대형 TV로 바꾼 뒤 노래방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디지털TV 업체는 이에 따라 새 유망 시장으로 급부상한 오락·유흥업소에 대한 영업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들 업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담 영업팀까지 꾸려진 상태다. 실제 LG전자의 경우, 전체 PDP TV 매출에서 이들 업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하반기 들어 5%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급 제품에 속하는 55인치 PDP TV까지 주문하는 업소도 생겨나는 추세”라면서 “이들 업소에 대한 매출이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30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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