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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론 클라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주) WTO와 백신을 더 널리 배포하고 더 널리 허가하고 더 널리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등 제약회사가 백신의 지재권을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할 경우 코로나 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인도 등에선 자국내에서 백신 복제약을 생산, 자국 국민들에게 백신을 배포할 수 있으나 미국 내에선 지재권 포기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단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선 지재권 포기에 대한 긍정 신호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타이 대표에게 “백신 지재권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 대표 또한 주변 지인들에게 “지재권 일부 유예를 지지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타이 대표는 지난 달 WTO 가상회의에서 “위기 때는 가장 높은 수준의 용기와 희생이 요구된다. 업계에도 똑같은 요구가 필요하다”고 밝혀 제약사가 지재권 보호 유예 권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미국은 3월말 미국에서 생산된 화이자 수출 제안이 만료된 이후 지난 주 처음으로 멕시코에 200만회분을 수출하는 등 자국이 움켜쥐고 있던 백신을 서서히 푸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에는 2000만회분 백신 접종에 필요한 원재료를 인도에 지원했다. 클라인 비서실장은 2일 “수 백 만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 받아 인도와 다른 국가에 백신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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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신 지재권 포기는 한층 더 복잡한 문제다. 미 상무부와 화이자 등 제약사들은 지재권 포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WP에 따르면 이들은 지재권을 포기하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성분, 전문 지식을 놓고 경쟁하도록 허용해 기존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역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올해 100억개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고 이중 15억개 이상이 빈곤국으로 가는 물량이라 백신 공급이 모자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코로나 확진국 1, 2위인 미국과 인도는 각각 백신 부유국과 빈곤국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 인구의 44%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 받은 반면 인도는 9.2%에 불과하다. 인도는 백신 공급 부족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명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세계 최대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생산) 제조업체 인도 세럼인스티튜트 아다르 푸나왈라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백신 부족분이 7월까지 한 달에 1억회분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수 개월간 백신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백신이 남아 돈다. 화이자는 올해 중반까지 미국에서 매주 최대 2500만회의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7월말까지 미국에 3억회분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더 많은 용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