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고작 4.7%?.."체감은 두 자릿수인데"

체감물가 상승률 정부 발표와 괴리
MB물가 따지면 물가 상승폭 더 커
  • 등록 2011-04-01 오후 2:45:13

    수정 2011-04-01 오후 2:45:13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통계청은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작년 3월에 비해 4.7%, 전달에 비해서는 0.5% 각각 올랐다고 1일 밝혔다. 당초 5% 이상 오를 것이란 대부분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체감 물가는 두 자릿수가 올랐는데, 그것 밖에 안 올랐느냐"고 의문을 품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이 정부 발표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 `MB 물가` 천정부지..공식 소비자 물가와는 차이 커

소비자 체감 물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게 이마트 지수와 52개 주요 생활필수품, 즉 `MB 물가 품목`이 있다. 특히 MB 물가 품목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집중적으로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 체감 물가와 연관이 크다는 품목만 따로 모아둔 게 MB 물가 품목인 셈이다.

물가 기준을 MB 물가 품목으로 좁혀 소비자 물가 지수를 살펴보면, 통계청의 공식 소비자 물가 지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3월 MB 물가 품목 52개 가운데 값이 내린(작년 3월 대비) 품목은 라면, 쇠고기, 식용유, 소주, 스낵과자, 납입금, 이동통신요금, 샴푸 등 8개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내린 것은 쇠고기로 하락폭이 4.2%에 불과했다. 가격 상승률이 한 자리에 그친 것들은 바지(0.1%), 유아용품(2.3%)을 비롯해 전기료(2.0%), 상수도료(2.2%), 시내버스료(2.4%), 쓰레기 봉투료(0.0%) 등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MB 물가 품목에 포함된 주요 먹을거리, 휘발유 가격은 대부분 올랐다. 멸치(4.8%), 쌀(4.6%), 밀가루(1.1%)를 제외하곤 대부분 두 자릿수였다. 돼지고기는 31.7%가 오른 가운데, 고등어(32.5%), 배추(34.0%), 무(43.0%), 고추장(22.5%)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폭등했다.

유가 관련된 제품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세제가 11.5%가 오른 것을 비롯해, 휘발유(13.8%), 경유(18.9%)가 뛰었다. 그나마 LPG 요금만이 8.6%가 올라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다.   ◇ 체감도 높은 집세 등 많이 올라..사립대 등록금도 한몫 MB 물가에는 빠져 있지만, 소비자 체감이 큰 품목도 있다. 예컨대 집세가 대표적이다. 전셋값은 전체 물가 중 6.64%로 비중이 가장 높다. 월세 비중은 3.11%로 4위다. 둘을 합치면 9.75%로 전·월세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10% 가까이 차지한다.

3월 전세는 전년 동월대비 3.7%가 올라 2003년 9월(3.9%) 이후 7년 6개월만에, 월세는 2.1% 상승해 2002년 5월(2.2%) 이후 8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3월 물가 움직임에서 지표상으론 하락했지만, 따져보면 결코 내리지 않은 품목도 있다. MB 물가 품목 중 하나인 납입금이다. 유치원, 고등학교, 국공립대학, 사립대학, 전문대학의 등록금을 의미하는 납입금은 3월에 -1.0%를 나타냈다. 겉으로 보기엔 등록금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립대학등록금은 2.4%가 올랐다. 특히 사립대 등록금의 물가 가중치 비중은 1.54%로 단일 품목으로 따지면 7위에 해당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국, 공립 등록금은 안정됐지만, 사립 대학교 등록금은 여전히 올라,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높은 데는 생필품, 먹을거리, 집세 등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공식 통계와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사이에 다소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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