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치솟는 물가..이집트 사태로 `엎친데 덮친격`

원유공급 차질 빚으면서 유가 재차 급등 가능성
물가불안 커지면서 최근 경기회복세에 큰 `악재`
  • 등록 2011-01-31 오후 2:17:26

    수정 2011-01-31 오후 2:17:26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이집트 사태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새로운 돌발악재로 등장했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데다. 민주화 시위가 다른 중동권 산유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최근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국제유가에 더욱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미국 석유패권 약화..유가 더 오를 수도 이집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미국의 중동지역 석유패권을 지지해온 강력한 동맹국이다. 따라서 현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중동 석유패권 약화를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가 중동의 산유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미국의 유가통제 기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이집트는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를 유럽 등 세계로 공급하는 주요 관문인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송유관을 소유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수에즈운하 폐쇄와 함께 원유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이집트 사태의 사정권 안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렌트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98.55달러로 상승하며 100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 인도분 가격도 전날보다 배럴당 3.70달러, 4.3%나 오른 89.34달러로 마감했다.

크리스찬 비드 젠워스파이낸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시위가 주변국들로 확산되는 것"이라며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은 이집트와 유사한 정부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슷한 시위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물가 압력 커지면 경기회복에 큰 악재 이에 따라 이번 이집트 사태가 작년 말부터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충격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물가 압력을 가중시켜, 수요위축과 함께 세계적인 경기회복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발 물가불안이 최근 경제운용에 있어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집트 사태가 직접적인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경우 그 동안 경기회복을 이끌어온 수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한파와 구제역으로 체감물가가 들썩이면서 우리나라의 이번 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1년 6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달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상한선인 4%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가격은 기업들의 체감경기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원자재값 고공행진의 여파로 이번 달 제조업 업황BSI가 1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가가 경기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 경기가 회복되는 와중에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집트 사태 이전부터) 유가가 경기회복세를 꺾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최근 이집트 사태로 더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집트 사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차 강화되면, 최근 하락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원화환율엔 다소나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달러화 등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가격이 떨어질(환율상승)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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