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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저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곧바로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 받게 돼 주말 부부로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A씨의 남편은 A씨가 전화를 빨리 받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남자가 있는 것 같다’며 A씨 휴대전화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또 휴대전화에서 발견되는 것이 없자 “포렌식을 해야 한다”고 하고, 심지어는 5살 된 아이가 “내 자식이 맞냐”며 유전자 검사를 해야 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집에서 청소하다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됐다. 소파를 다시 살펴보니 그것은 녹음 버튼이 눌러진 녹음기였고 이외에도 집 안에서는 8개의 녹음기가 더 발견됐다.
계속되는 남편의 의심으로 지친 A씨는 “저는 결단코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저를 의심하는 남편과는 더 이상 결혼 생활을 못 할 것 같다”며 “의처증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한지” 물었다.
사연을 들은 우진서 변호사는 “이 사건처럼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는데도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려 들고 거취를 확인하는 전화를 자주 하는 것은 의처증의 전조 증상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 “법원에서는 정신병적 증세가 있다면 치료를 위해서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에게 부부 상담 등을 권했음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 찾기에 몰두하거나, 정신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 변호사는 “이 사건은 주중에는 집에 거주하지 않는 남편이 집에 녹음기를 둬 아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나 통화하는 목소리를 녹음하려 한 취지가 충분히 인정될 것 같다”며 “타인과의 대화가 녹음기에 녹음돼 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내 몰래, 아내의 동의도 받지 않고 아내의 속옷 유전자 검사를 한 것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해 형사처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