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쓰던 집 그대로'…용산어린이정원 찾은 시민들 "신기해"

옛 미군기지 '용산어린이정원' 가보니
'붉은 지붕' 미군 장교 숙소 리모델링 개방
"산책하기 좋아"…둘러본 시민들 '만족'
사전예약 필수…강원도서 왔다 '허탕'치기도
  • 등록 2023-05-19 오후 3:30:22

    수정 2023-05-19 오후 3:30:22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저 빨간 지붕이 미군 장교가 쓰던 곳인가? 집들이 다 편안해 보이네. 나중에 손주들이랑 다시 와야겠어.”

뜨거운 햇볕에 양산을 들고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최모(71)씨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 탁 트인 옛 미군기지를 마주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살면서 미군기지를 자주 지나치긴 했지만 직접 들어와 건물들을 눈으로 보는 건 최씨도 처음이다. 그는 “아들이 가보라고 해서, 남편이랑 산책도 하고 옛날 모습도 볼 겸 왔다”며 “생각보다 넓어서 볼 게 많다”고 했다.

19일 용산어린이정원 내부의 모습. 소지품 검사 등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모습이다.(사진=조민정 기자)
19일 이데일리가 찾은 ‘용산어린이정원’은 마치 한적한 영어마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붉은색 지붕으로 지어진 1층짜리 단독주택은 과거 미군 장교들이 거주했던 숙소로, 넓은 들판에 군데군데 간격을 두고 널찍이 떨어져 있었다. 2시간 관람 코스로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종종 와서 산책하기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평일 점심시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이곳을 둘러보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아침 일찍 어린이정원을 찾았다는 강모(77)씨는 “한 바퀴 돌면서 ‘옛날엔 이랬었구나’ 생각했다”며 “3시간 정도 둘러봤는데 기념식수도 보고, 저 멀리 대통령실도 보고, 힘들면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그러니까 힘들진 않다”고 했다. 할머니와 관람을 마치고 정원을 나가던 초등학생 A(7)군은 “너무 넓어서 다 보진 못하고 조금만 봤다”며 “잔디에서 스프링클러 물도 나오던데 나중에 친구들이랑 와서 놀고 싶다”고 팔짝 뛰어보였다.

지난 4일 개방한 용산어린이정원은 120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곳으로,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하다가 해방 이후부턴 미군기지로 활용된 곳이다. 한국 땅이지만, 사실상 우리 국민이 사용할 수 없었던 ‘역사의 슬픔’이 묻은 부지다.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부지를 반환받기 시작한 정부는 우선 대통령실 인근 부지만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개방했다. 앞으로 반환이 완료되면 약 90만 평 규모의 ‘용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리 국민이라도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선 최소 5일 전 사전 예약이 필수인 탓에 출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횡성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왔다는 하모(65)씨는 현장접수도 안된다는 말에 분통을 터뜨렸다. 배낭 세 개를 메고 온 하씨는 “나중에 손주들이랑 오려고 미리 답사 차원으로 멀리서 와봤는데 미리 예약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50대 여성 B씨는 “주민센터에서 등본이나 서류를 떼와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용산어린이정원 관계자는 “첫 방문할 땐 사전예약을 꼭 해야 하지만, 이미 방문한 적이 있으면 현장접수가 가능해 바로 입장할 수 있다”며 “사전예약할 때 관람시간을 선택하는데 꼭 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시간제한 없이 충분히 둘러본 뒤 영업시간 종료 전까지만 퇴장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9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한 시민이 사전예약 확인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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