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범인이 매번 바뀐다? 즉흥 연극 '머더 미스터리'

英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화제작
원작 연출가 리지 스키키엑 직접 참여
"즉흥극 매력은 실수에서 나오는 유머"
  • 등록 2019-06-10 오전 11:08:07

    수정 2019-06-10 오전 11:08:07

연극 ‘머더 미스터리’의 한 장면(사진=아이엠컬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과연 살인범은 누구일까요?”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개막한 연극 ‘머더 미스터리’의 한 장면. 192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개하던 탐정이 관객에게 묻는다. 그런데 이 작품엔 정해진 범인이 없다. 매회 살인범의 정체도 살인사건의 내용도 달라지는 ‘즉흥극’이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의아함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의 정체가 중요한 추리극과 사전 설정이 없어 때로는 실수를 남발하는 즉흥극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여서다. 그러나 지난 7일 공연장에서 만난 원작 연출가 리지 스키키엑은 “즉흥극의 매력은 바로 실수에서 나오는 유머에 있다”고 말했다.

스키키엑 연출이 영국에서 먼저 선보인 ‘머더 미스터리’는 192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6명의 등장인물 중 1명은 살인자, 1명은 희생자가 된다는 기본 틀만 유지한 채 나머지는 모두 관객 제안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이야기로 펼쳐진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는 영국 여왕의 50번째 생일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오페라 극장 개관식에서 벌어진 붉은 빛이 도는 상젤리에 사건’이라는 서로 다른 내용의 에피소드 도입부를 만날 수 있었다.

공연의 소제목 또한 매회 달라진다. 스키키엑 연출은 “‘머더 미스터리’에서는 살인사건의 장소는 물론이고 살인도구도 프라이팬이나 립스틱 등 관객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며 “‘황금빛 프라이팬’ ‘보이지 않는 립스틱’ 등의 소제목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관객은 이 사건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면서 살인자가 누구인지 추리하며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실제로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날 시연회에서도 한 배우가 상대 배우의 역할 이름을 잘못 부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무대 구석에 앉아 있는 탐정이 이런 실수를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영국 공연 당시 배우로도 출연했던 스키키엑 연출은 “한 번은 초능력이 있는 역할을 맡아 과자로 설정했던 양초를 먹어야 하는 일도 있었다”며 “이런 실수도 재미있는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즉흥극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머더 미스터리’는 영국의 즉흥극단 ‘디그리스 오브 에러’의 작품으로 2013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여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웨스트엔드 레스터 스퀘어 극장에서 상주 작품으로 공연 중이다. 원작의 구성과 개발에 참여했던 스키키엑 연출은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조연출이자 연기 코치인 케이틀린 캠벨과 함께 내한해 국내 배우, 창작진과 이번 공연을 함께 준비해왔다.

스키키엑 연출은 “영국에서는 주로 투어 중심으로 공연을 했던 것과 달리 한국공연은 정해진 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이게 돼 무대장치나 조명, 음악 등은 영국 공연보다 더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며 “배우들도 너무 훌륭하게 연기를 해주고 있고 팀워크도 좋아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국 공연 소감을 말했다.

공연엔 배우 강지원·최영도·한세라·박주연·정평·이지현·안세호·김지휘·소정화·마현진·한상욱·이소연 등이 출연한다.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비롯해 연극 ‘더 헬멧’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등을 제작한 공연제작사 아이엠컬처가 극공작소 마방진과 공동제작했다.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연극 ‘머더 미스터리’의 한 장면(사진=아이엠컬처).
연극 ‘머더 미스터리’의 한 장면(사진=아이엠컬처).
연극 ‘머더 미스터리’의 한 장면(사진=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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