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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가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답변 태도 때문에 의원들에게 불성실하다는 질타를 들었던 인물이다. 그 때문에 결국 오너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국회에 나와 머리를 숙여야 했다. 이런 허 부회장을 두고, 누군가는 “일밖에 모르는 원칙주의자”라고 치켜세우고, 또 누군가는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허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오리온에 영입된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사실 허 부회장은 크게 드러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화려한 언변도 없다. 하지만 허 부회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오리온이 소리 없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오리온은 과자 포장회사인 아이팩 주식 18만4000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이팩 전체 지분의 53.33%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지분은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었다. 아이팩은 오리온과 지분관계가 없는 오너의 개인 회사였지만, 매출의 80%를 오리온과 거래하는 사실상의 계열사다. 아이팩은 최대주주인 담 회장에게 회사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리온은 또 지난달 1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OSI)이란 자회사와 합병했다. OSI는 포카칩, 스윙칩, 오감자 등을 생산하는 오리온의 스낵전문 자회사다. OSI는 1987년 오리온이 글로벌 과자회사인 펩시프리토레이와의 기술을 이전받으려고 세운 합작법인 오리온프리토레가 전신이다. 2004년 중국 진출 문제로 펩시와 결별하고 OSI로 이름을 바꿨다.
오리온과 OSI는 해외 법인의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있어서, 해외 법인의 지분 구조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리온 그룹 내부에서도 한참 전부터 OSI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 허 부회장은 이걸 책상 위로 끌어올렸고, 결국 성사시켰다. 오리온과 OSI의 합병으로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이사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김에리카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과 OSI와의 합병으로 국내 모회사와 해외 법인 간의 지배구조가 단순화됐다”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첫 직장을 삼성 재무팀에서 보낸 이력 때문인지, 기본적으로 과시형 마케팅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관리형에 가깝다”면서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오리온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허 부회장이 오리온에 영입된 지난해 7월7일 오리온의 주가는 90만3000원이었지만, 6개월 지난 27일 오리온(001800)의 주가는 100만원이 넘는 108만3000원을 기록, 201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