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상장없다"‥개인 지분매입 제동?

8~9일 장학재단 지분매각 LOI접수 코앞
지주사 에버랜드..껄끄러운 개인주주
장학재단·삼성카드 흥행희비도 `부담`
  • 등록 2012-03-07 오후 4:42:50

    수정 2012-03-07 오후 6:23:33

[이데일리 안승찬 김재은 기자] 삼성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발언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을 코 앞에 두고 있던 시점인 만큼, 개인주주의 대거 참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7일 "향후 상당기간 에버랜드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며 "상장 차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피해보는 개인투자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8∼9일 진행되는 장학재단의 에버랜드 지분 4.25% 공개매각을 앞두고 에버랜드 상장계획이 없음을 재차 공론화한 것이다.

하지만 매각주관사인 동양증권 측의 설명은 좀 다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에버랜드 주식에 관심을 보인 개인중 상장을 기대한 투자자는 별로 없다"면서 "장기투자 목적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학재단 측 역시 "삼성의 발언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충분한 잠재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이번 딜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삼성이 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이번 장학재단의 지분 매각이 흥행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에 개인 주주들이 대거 참여할 경우 다양한 주주권을 요구하는 등 삼성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에버랜드 주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 등 오너일가와 계열사, 최근 17%의 지분을 인수한 KCC(002380)로 한정돼 있다. 이처럼 숨겨진 기업인 에버랜드에 개인 주주가 들어올 경우 기관투자자와 달리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연결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에버랜드의 회계기준도 과거 한국회계기준(K-GAAP)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다.   또 개인들이 대거 공개매각에 참여해 에버랜드의 시장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장학재단의 이번 공개매각은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 즉 높은 가격을 써낸 희망자부터 물량을 가져가는 구조다. 만약 대거 입찰 참여로 에버랜드의 평가가격이 상승하면, 다음달까지 기관을 대상으로 잔여지분 3.64%를 팔아야 하는 삼성카드(029780)의 부담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상장 계획이 없는 에버랜드는 투자회수(엑시트) 방안이 마땅치 않은 투자처다. 이런 주식을 비싸게 사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관과 개인에게 모두 열려있는 장학재단 지분에 대해서도 기관들의 수요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넘길 때 삼성카드는 장부가인 주당 214만원보다 한참 낮은 주당 182만원에 매각한 바 있다.    또 에버랜드의 매각가격이 높아지면 향후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재용 사장이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이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각 8.37%)을 되사오는 비용도 더 커지게 된다.

한편 장학재단은 오는 9일 오후 5시 마감되는 LOI 접수 결과를 바탕으로 적격자를 선정, 12~13일께 본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공고후 기업데이터 실사를 3일가량 진행한 뒤 23~26일께 본입찰을 받아 이달 중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매각가격은 삼성카드가 KCC에 넘긴 가격(182만원)보다 무조건 높아야 한다"며 "적정가격이 없다면 지분을 일부만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학재단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에버랜드 지분 4.25%를 넘겨받았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고(故) 이윤형씨가 보유했던 지분으로 삼성이 사회공헌을 위해 2006년 교육부에 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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