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에너지强國③구자영 SK에너지 사장 인터뷰

"기술 확보하면 세계 1위 기업 뛰어넘을 수 있어"
"녹색성장 신사업 창출기회에 집중"
"중국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인터뷰]
  • 등록 2010-03-30 오후 4:08:55

    수정 2010-04-06 오전 10:37:45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세계 1위 에너지 기업과 국내 1위 에너지 기업의 매출액은 10배, 순이익은 30배 차이납니다. 이 격차를 뛰어넘기 위한 해결책은 기술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세계에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끊임없는 기술투자가 이뤄진다면 세계 1위 기업의 10배, 30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올해 3월로 취임 1년을 맞이하는 구자영 SK에너지(096770) 사장. 1년간 구 사장은 공개 석상에서는 물론 사내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과 이를 위한 `기술력`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강조해왔다.

▲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구 사장은 창간 10주년을 맞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어떤 경영환경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 기반의 글로벌 톱 에너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가 확보한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등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현지에 맞는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과 제품을 개발해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고 구 사장은 말했다.
 
미국 버클리대학 공대를 나와 뉴저지 주립대 교수를 거쳐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전략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가 SK에너지의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금융, 정보기술(IT)업계에서 외국계 출신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사례는 있었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입사 1년만에 사장 타이틀을 단 `초고속 승진` 역시 SK그룹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년간 구 사장은 기대에 걸맞게 선진 에너지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SK에너지에 착착 이식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로 어려웠던 경제 여건 속에서도 기술 및 해외 자원개발에 역량을 집중시켜 다임러 그룹과의 계약, 자원개발 사상최대 실적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윤활유 사업 분사 등을 통한 조직 효율성 제고도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목표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비전속에는 SK에너지 뿐만 아니라 국내 에너지 산업의 과제, 나아가 한국 산업의 과제가 투영돼 있다.

다음은 구자영 SK에너지 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3월 취임해 SK에너지 수장을 지낸 지 1년이 됐다. 취임 1년 소감을 말해달라.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후퇴와 정제마진 악화라는 외부 악재 속에 대다수의 정유사들이 어려웠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회사의 기초체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SK에너지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매출 35조8000억원, 영업이익 9000억원으로 목표를 초과하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다임러 그룹과 중대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해외 자원개발사업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화학사업과 자원개발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으나 주력인 석유사업 부진 여파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 초 제시한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의 달성이 가능한가.

▲석유사업의 경우 경기회복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산업용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세계 교역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어 올해는 석유사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화학사업은 중국·중동 지역의 신증설에 따른 공급물량 확대의 압박이 존재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실적 낙폭은 제한될 것이다.

자원개발사업은 예맨 액화천연가스(LNG)의 본격 생산과 페루 LNG 생산 개시로 일평균 생산량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도 유망지역 내 활발한 탐사활동 및 광구 추가 확보를 통해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고, 전문 역량 확보에 힘을 쏟을 것이다.

-유가와 경기에 따른 석유사업 등락을 보전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올해에는 석유사업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수출시장 다변화, 장기계약 비중 확대로 이익을 늘릴 것이다. 또 본원적인 비용 개선과 비효율 자산의 과감한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다.

-취임하면서 정유사에 머물지 않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화두를 던졌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신사업은.

▲녹색성장 분야의 신사업 창출을 위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리튬전지용 분리막(LiBS), 광학필름, 연성회로기판 등 정보전자소재, 중대형 배터리와 스마트그리드,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차세대 바이오 연료 등의 사업화가 주요 과제다.

-최근 기술원내 배터리 관련 연구팀을 별도의 독립 사업부로 분리하고, 올해 이 분야에서 가시적인 열매를 맺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관련해 독일 다임러 이외에 추가로 확보한 공급 또는 제휴처가 있나.

▲독일 다임러 그룹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은 향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데 한층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외 유수 업체들과 다수의 전기차 프로젝트에서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반기 이내에 충북 증평 공장의 4, 5호 라인이 완공되면 생산 규모가 1억4200만㎡로 확대될 예정인데 추가 증설 계획이 있나.

▲지난 2004년말 일본의 도넨, 아사이화성에 이어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분리막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일본 시장과 더불어 가장 큰 분리막 시장이기에 일본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4,5호 라인이 완공되면 일본업체들과 비슷한 공급 규모를 갖추게 된다. 향후 중대형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분리막 시장이 확대되면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증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플라스틱(Green Pol), 청정 석탄에너지(Green Coal), 바이오 연료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중국, 중동 기업 및 정부와 계약 체결을 추진중이라고 들었는데 이 분야 상용화 및 매출은 언제쯤 가시화 될 전망인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상업화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청정 석탄에너지와 바이오 연료 분야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소재가 상업화되면 기존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윤활유 사업부인 SK루브리컨츠를 분사시켰다. 앞으로 석유, 화학, 자원개발 등 다른 사업 부문도 분사할 방침인가. 일정은 어떻게 되나.

▲확정된 것은 없다. 현재 신속한 의사결정, 실행력 제고를 위해 도입한 CIC(회사 내 회사) 제도를 통해 개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CIC 제도의 진화 발전 과정에서 윤활유 사업을 분사한 것이다. 윤활유 사업은 고유의 차별화된 사업 영역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외 사업의 분사는 필요시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강조하면서 전사적으로 중국 시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에너지의 중국 사업 계획을 소개해달라.

▲올해 당사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중국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시장을 유망한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아스팔트와 화학사업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넘어 중국 현지에 맞는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과 제품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다.

-경영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또한 SK에너지 사장으로서 꼭 이루고자 하는 업적이 있다면.

▲SK의 경영원칙인 `인간 중심의 경영을 통한 SUPEX(super excellent) 추구`에 매우 공감한다. 회사와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도록 하고, 자율 속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직원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면 경영철학이다.

사장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업적은 `어떤 경영환경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 기반의 글로벌 톱 에너지 기업`의 토대를 갖추는 것이다. 유가나 환율 같은 외부 변수에 끊임없이 흔들려야 하는 한계를 지닌 정유사가 아닌,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종합 에너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회사가 확보한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등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직원들과 소통은 주로 어떻게 하나. 해외시장 출장은 얼마나 자주 가나. 건강관리는.

▲어느 기업의 사장과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출근해 많은 보고와 회의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다만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중요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우선 순위를 정해 하루 중 피로도가 가장 낮은 아침에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당일 및 다음날 하루 주요 업무를 구상하고 있다.

SK에너지의 사업장은 서울 본사, 울산 공장, 인천 공장, 대덕 기술원 등 산재돼 있다. 하지만 시간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공식·비공식 자리를 자주 만들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특별한 대내외 점심 일정이 없는 경우 조직 및 직급별 소규모 점심 모임을 통해 구성원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해외 출장은 수시로 간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화 추진으로 중국 출장을 가장 자주 가는 편이다. 베트남, 페루 등 자원개발사업 관련 출장도 많이 간다.

개인적으로 건강한 심신 유지를 위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 3회 정도 심기신 수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자세가 현재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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