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그동안 정치적 발언을 삼가해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연이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5월 28일 자신의 측근이었던 권철현 의원 등을 만난 데 이어 2일 권철현·김기춘·김무성·김정훈·나경원·서상기·이계경·이혜훈 의원 등 지난 2002년 대선 특보들을 지낸 인사들을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남은 이 전 총재가 "고희"를 맞아 특보출신 의원들이 마련한 자리다.
"경제 모르는 대통령이 혼자 일한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총재는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는 시장경제를 잘 아는 보좌관들이 대통령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를 잘 모르는 대통령이 혼자 하는 것 같다"고 노무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총재는 또한 정부의 자영업 규제 방안에 대해서도 "세탁소도 자격 있어야 한다니 큰일"이라며 "이렇게 되면 밀주 못 만드는 것처럼 집에서 빵도 못 만들겠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자 중 김기춘·김정훈·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16대 대선 공작정치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오찬 도중 "병풍"이 화제로 떠오르자 "마치 특위사람들 불러서 점심하는 것처럼 오해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총재는 지난 5월 28일 김희정 의원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권철현 의원 등을 만나 "지난 대선 당시 정부 여당이 부친 친일행적을 조작하기 위해 일제시대 관보 조작을 시도했었다"고 "관보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사실상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한 고문서 전문가가 내 부친과 이토 히로부미 사진을 나란히 놓는 관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받았다고 한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조작)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철현 "창이 먼저 연락한 적 없어... 확대 해석 때문에 말 아끼는 중"
그러나 5월 28일과 2일 연이어 이 전 총재를 만난 권철현 의원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고 이 전 총재는 조심스럽게 답하는 정도였다"며 "이리저리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 전 총재가 오히려 더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이 전 총재가 병풍 문제와 관련 "잘못하면 오해받겠다"고 한 것도 "마치 그 때 불평이 쌓여서 말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여서 못마땅하다"는 맥락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권 의원은 "김희정 의원 결혼식 때도 내가 "술 사시라"고 해서 갑자기 모였고 오늘은 이 전 총재 생일이어서 모인 것 뿐"이라며 "어쩌다 보니 최근 자주 만났지만 이 전 총재가 먼저 연락한 적은 없고 사석에서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연이어 노무현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정계복귀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그의 "역할"을 내심 기대하며 정계복귀를 바라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작년 10월께 남대문에 개인사무실을 내 눈길을 끌었다. "손님접대용"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계복귀를 위한 전초기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올해 들어 그의 개인사무실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아졌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