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학교내 폭력조직인 ‘일진회’ 소속 학생들이 수천만원의 행사비를 들여 일일 락카페(일명 일락)를 연 뒤, 1000여명이 모인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섹스 머신’ 등의 행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여성청소년 담당 워크숍’에서 서울 모 중학교 정모 교사는 ‘일진회를 알면 학교폭력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사의 자료에 따르면, ‘일진회’ 서울연합 학생 1200여명은 2003년 겨울방학에 ‘일락’ 행사를 하면서 ‘섹스머신’과 ‘노예팅’ 행사를 벌였다. ‘섹스머신’이란 남녀 커플이 무대 위에서 알몸으로 성행위 묘사를 하는 것이고, ‘노예팅’은 섹시하게 춤을 추는 파트너를 골라 돈을 주고 옆자리에 앉혀 접대를 받는 미팅을 뜻한다.
특히 이들은 2000년과 2001년에는 성신여대 인근에서 ‘일일 콜라텍’(일명 일콜) 행사를 열며 직접 성행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개교가 연합해 벌인 소규모 행사에서는 이른바 ‘섹스 단합’까지 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폭력 행사를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문화가 퍼져 ‘때리기 놀이’ ‘왕따 놀이’는 물론, 한 학생을 순각적으로 목졸라 기절시키는 ‘기절 놀이’나 ‘강간 놀이’도 자행되는 등 일탈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일진회’로 대표되는 교내 폭력이 여러 학교들의 연합으로 광역화되는 현상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정 교사는 “지금껏 학교 내에서 조직되고 폭력을 행사하던 일진회 조직이 점차 학교간 연대 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사에 따르면 여러 학교의 일진회 조직이 모여 지역연합을 구성하고, 지역연합이 자치구별 연합으로, 자치구별 연합이 다시 ‘서울연합’으로 광역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사는 “인터넷이 발달해 학생들간에도 실시간 의사소통과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이 가능해지면서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각 학년별로 서울연합이 조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사는 또 “일진회 광역화의 가장 큰 문제는 한 학교에서 폭력 피해를 겪거나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가더라도 학교간 연계된 일진회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학교 위신을 우려해 학교폭력에 대해 쉬쉬하고 감추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지만 이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학교간 공조 등을 통해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