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미국 대통령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정보기술(IT)의 요람 실리콘밸리에도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와중에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지지 후보 선택 방식이 변화하고 있어 화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일반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정치 이슈를 놓고 후보를 고르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과거와 달리 IT정책이 후보 선정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앨 고어 부통령이 직접 나서 정보고속도로 개념을 주창하는 등 미국 IT산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두둑한 선거자금과 몰표를 제공해 화답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더이상 실리콘밸리는 IT 정책이나 `신 경제(new economy)`에 대한 이해 여부를 후보 선정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최근 한 IT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든 것은 디지털(All Things Digital)"이란 이름의 이 컨퍼런스에는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사회보장정책 등에 파묻혀 디지털 이슈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발언 만으로는 누가 누구 지지자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빨강(공화당), 파랑(민주당)이란 색깔 만이 양자를 구분해줬다.
지지 후보를 선언한 실리콘밸리 사람들도 IT정책과 관련없는 이유로 후보를 골랐다고 공개했다.
벤처캐피탈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의 스튜어트 앨솝은 "부시를 지지한다"며 "케리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민주당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보다 이라크 전쟁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고 부시 지지 이유를 밝혔다.
반면 ED벤처홀딩스의 대프니 키스는 케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시의 사회관이 너무 편협하고 보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키스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낙태 찬성 집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의 스타급 경영자들도 지지 후보 선언을 꺼리고 있다. 기부금을 납부한 정당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가 하면 경제자문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사적인 일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는다.
휴렛패커드(HP) 사장 칼리 피오리나는 최근 부시 진영에 2000달러를 기부했다. 2000달러는 개인 기부금(하드머니)의 최대 한도다.
그러나 피오리나는 부시 행정부의 IT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피오리나는 "현 정부의 성적을 매긴다면 아무리 잘 줘봐야 C 학점"이라며 "디지털인프라 건설 및 투자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잡스는 최근 케리의 경제자문역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그는 "애플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며 단순히 참가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