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안근모기자] 정부가 원화가치 절하를 통한 경기 떠받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추가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대응을 하기에는 부동산 시장 불안 등 여건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특히 수출이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26일 구두개입을 통해 실물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이는 글로벌 달러약세를 거스르는 방향이 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추세적 원화강세 기조를 되돌리는 역행적 개입이 성공할 수는 없으며,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바도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생각이다. 원화절하를 통한 적극적 부양이라기 보다는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방어적 대응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달러 약세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경기가 악화될 경우 외환정책은 강도를 더해 가며 통화정책과의 조합을 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기사는 5월28일 14시33분 edaily의 유료 금융시장및 외환프로그램인 `마켓플러스`와 `FX플러스`를 통해 각각 출고됐습니다)
◇올 들어 첫 원화 외평채 발행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3일 1조원 규모의 5년만기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최근의 외환시장 상황을 감안했다"는 배경설명이 곁들여졌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원화 외평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23일(입찰일 기준) 5년물 1조원이후 처음이다.
◇정부, 경기 살리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분명히 해
외평채 발행 및 달러 매수개입의 이유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함`임을 지난 26일 구두개입을 통해 정부는 분명히 밝혀 놓았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개입에서 "과도한 환율하락 심리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씨티그룹글로벌마켓(CGM)은 28일자 주간 보고서에서 "정부가 잠재적인 부동산 거품을 조장할 수 있는 저금리보다는 수출업체의 이익을 보강해 줄 수 있는 약한 통화를 전체적인 통화완화 도구로 더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국 목표는 추세역행 아닌 1190원 지키기"
그러나 시장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식의 적극적 부양정책이라기 보다는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방어적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선물 정미영 과장은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는 있으나,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원화만을 독자적 약세로 몰고갈 정도는 아니며, 그럴 만한 힘도 달린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당국 개입에도 불구하고 매물은 계속 쏟아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투기적 압력까지 가세할 것이라는 점을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과장은 "달러/엔 115엔까지는 1190원 레벨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일본 당국의 115엔 사수 의지가 매우 강하고, 최근 엔 및 유로화 과매수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감안할 때 정부 의도대로 1190원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외환+통화정책 조합 가능성
달러 약세행진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겠지만, 추세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강하다. 결국 관건은 향후 실물경제, 특히 수출이 어떤 길로 향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지난 2001년과 달리 내수부양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이 침체될 경우 정부로서는 더욱 강력한 외환정책에 기댈 가능성이 높아 진다.
그러나 문제는 실탄. 정부가 다음달초 1조원의 외평채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한도는 2조8000억원밖에 남지 않는다. 올해 차환수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남은 반년이상을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총 7조5000억원의 외평채가 발행됐다. 통안채 역시 이미 발행잔액이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의 경기대응책이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었다면, 이 경우 하반기에는 외환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강도 안정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의 투기심리가 잡힐 경우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는 대폭 확대될 것이다.
한편, 윤여권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필요한 경우 국회 동의를 얻어 외평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 있으며, 한국은행 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자금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