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1990년 1월 기업은행에 입사해 2017년 7월 B공단지점의 지점장(부점장급, 3급)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2018년 7월 전보명령을 받아 카드사업부에서 업무추진역으로 일반재산조사, 카드채권 상각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B공단지점의 지점장으로서 우수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고, B공단지점의 근무분위기와 인화를 저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관리기준에서 정한 후선배치 대상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전보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A씨는 자신보다 연차가 낮은 팀장급 직원으로부터 결재를 받고 있고, 연봉은 20.2% 감액됐다면서 사실상 강등·감봉처분과 같은 징계처분에 해당, 전보명령으로 인해 입은 불이익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은 전보명령에 앞서 A씨에게 전보명령의 사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의 노동조합은 2018년 4월경 B공단지점 내 조합원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A씨에 대한 조합원들의 고충사항을 인지하고, 이를 피고에 전달한 바 있다.
A씨는 B공단지점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특정지역(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지역 출신 직원과 고객을 차별했으며, 지점의 경영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개인의 정치성향을 지나치게 드러내어 직원들을 불편하게 했다.
또 A씨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권위적인 태도로 직원들을 관리해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일례로 A씨는 매일 7시 이전에 출근해 세팅 직원에게 부담을 주며, 매주 2회 경평회의를 진행하는 등 업무시간 정상화와 바른 회의문화에 역행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지점장으로서의 객관적인 업무능력 역시 우수하지 못한 편에 속했다”며 “기업은행은 2010~2019년 지점장급 직원들 중 107명에 대해 ‘경영실적부진, 품위손상, 리더십 미흡 등’을 이유로 후선배치 전보명령을 했다. 피고가 다른 직원들과 달리 A씨에 대해서만 이례적으로 전보명령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보명령으로 인해 원고의 임금이 20.2% 감소됐으나, 이는 원고의 직무가 지점장에서 업무추진역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점장에게 부여되는 직무수당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직급(3급)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며 “피고는 전보명령에 앞서 원고에게 후선배치의 사유 등을 설명하고,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후선배치 기간 중 실적평가, 사유 해소의 정도 등에 따라 현업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원고에게 발생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이 사건 전보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로서 수인해야 하는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