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PR 전문매체인 `The PR`은 오는 1일 발행하는 10월호 특집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파워풀 홍보인`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필진으로 참여한 전국 10개 대학 광고홍보학 교수들이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CEO(최고경영자) 중 8인을 선정, 눈길을 끈다.
PR 영역에서 직접적인 홍보 관련자 외에 오너가 오피니언 리더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너의 적극적인 PR 없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 전문가가 꼽은 최고 `홍보인` 오너 8인은 누구?
우선 우리나라 오너 CEO의 대명사인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선정됐다. 올해초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열린 삼성`을 공언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먹을거리 개척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회적 의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정몽구 현대차(005380) 회장이 꼽혔다. 올해 `아시아 최고 자동차 CEO`에도 선정된 바 있는 정 회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 도약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태원 SK(003600)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이라는 호평을 받아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 그룹 포털과 임원 전용 트위터를 개설하는 등 소통에도 적극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구본무 LG(003550) 회장은 `위기 관리의 명수`란 별칭과 함께, 불황에 강한 CEO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됐다. 허창수 GS(078930) 회장은 총 212억원 규모의 개인 주식을 출연하는 등 국내 톱 파이브(Top 5) 주식 기부 기업인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부각됐다.
이밖에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해외 모터쇼 브리핑 때마다 잇따라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여 파워풀 홍보인으로 꼽혔다.
◇ "역대 넘버원은 정주영"..국내 오너들 소통 능력은 `아직 부족`
한편 이번 선정 작업에 참여한 일부 교수진은 기업 오너가 PR의 주체가 된 `좋은 예`를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나쁜 예`도 소개하며 국내 오너들의 이 같은 소통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그동안엔 `오너가 왜 나서냐`는 불만 목소리가 제기될 만큼 오너의 PR 참여는 금기(Taboo)시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오너 이미지가 해당 기업 이미지로 직결되는 시대란 점에서 오너 PR은 기업 홍보의 중요한 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구속∙수감 위기 등 계속된 이미지 실추 속에 오너 본인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삼성에 쌓인 부정적 이미지도 그만큼 희석된다는 것.
그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 홍보인 오너로 박용만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꼽았다. 박 회장은 개인 트위터를 통한 소통 차별화의 시도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점을, 최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극복했다는 점을 각각 이유로 들었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PR 수준을 보면 곧 그 기업의 수준이 나온다"며 P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요타와 신한은행의 최근 위기가 부족한 PR 감각에서 비롯된 실패라고 지적한다. 언론 대응뿐 아니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명성 관리, 위기 관리, 주주 관리 등 총체적 운영에 있어 미숙했다는 평가다.
이어 신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예전에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란 유명한 메시지로 90년대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변화시켰다"면서 "이는 오너 PR의 대표적인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이 공유하는 매뉴얼엔 `사장 업무의 90% 이상은 PR이다`란 문구가 들어있다"며 "전사적 사기를 진작시킴으로써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생산력 제고로 잇는다는 측면에서 오너 PR은 필수 중의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