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과연 `공조`의 결과일까?

  • 등록 2010-01-08 오후 4:12:44

    수정 2010-01-08 오후 4:12:44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기준금리 인상도 없었고 지난달 보여줬던 매파적 속내도 다시 숨어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로 하루 전날부터 달아올랐던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그렇게 가장 밋밋한 시나리오대로 마무리됐다.

우려들은 어디로 갔나?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한은으로서는 사실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기대인플레 확산 등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후 기자간담회에서나 최근 발표한 `201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이 부분들에 대한 언급을 심심찮게 쏟아냈다.

이런 걱정들을 제어하는데 통화정책 사용이 적절한지에 논란이 있긴해도 적어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한은이 토로하는 것 자체가 시장참가자들에게는 금리인상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최근 부동산가격 오름세가 주춤하곤 있지만 분양시장이나 지방광역시 등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불안여지가 여전하다"며 걱정을 표시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 역시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수도권의 매매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11월 주택담보대출도 2조원 이상 상당히 큰 규모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달에는 `최근경제동향` 보고서에서 "12월중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됐고 전세가격도 오름폭을 줄였다"고 했고, 이 총재도 "매매가격 상승률이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이 총재 얘기대로 겨울철 비수기 탓이 컸던 만큼 올초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면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은 2조원이나 늘어났었다. 강남 재건축 가격도 홀로 고공행진이다.

물가 역시 한은은 불과 하루 전인 어제(7일)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하반기 이후 상승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경기회복세 지속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을 물가 상승요인으로 꼽았었다.

그런데 이날 한은은 "이번달 폭설 영향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이를 `일시적`이라고 적시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압력이 제한돼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매`처럼 날카롭던 시각이 불과 한 달새 온순한 `비둘기`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런 지적에 한은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인정하면서도 "부동산가격이나 가계대출, 물가 등에 대한 언급은 어디까지나 팩트(사실)를 전달한 것일 뿐 전망이나 의지를 담고 있진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많은 팩트들 가운데 일부를 선택하는 것도 의지적 행위이고, 특히 정책당국이 제시하는 팩트들이라면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측면이 더 강하다.

특히 지난달만해도 "다소 불안요인을 무시할 순 없지만 크게 봐서 국내나 세계경제는 내년(2010년)에 그런대로 밝다", "선진국들도 올해보단 나아질 것으로 본다"던 한은 총재의 낙관론은 "세계경제의 확실한 그림이 안나온다"로 바뀌었다.

결국 우려는 깜쪽같이 사라지고 자신감은 수면 아래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그 근거는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열석발언이 없었다면?

이렇게 꺼림칙함이 남은터라 한은 관계자에게 "오늘 금통위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없었더라도 같은 금리결정이 나왔을까"라고 물었다.

한 차례 웃던 이 관계자는 "아마도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을 배제하더라도 금통위 결론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곤 "최근 우려하거나 자신있어 했던 대목들이 모두 한은이 예상했던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외쳤던 금통위원들이 이후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야할 명분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도 "오늘 1시간만에 금리결정이 나왔는데, 그만큼 이견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역시 자신있게 재정부 차관의 참석은 변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제는 이번 금통위가 아니라 2월과 3월 현 총재 임기중에 남은 두 차례 금통위"라며 향후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점에 정작 손을 쓰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한파와 폭설 탓에 3%대 진입이 예상되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전년동기대비로 6% 안팎으로 예상되는 작년 4분기 GDP성장률 데이터가 나온 뒤 열릴 2월 금통위에 이미 초점이 맞춰진 눈치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할 때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답변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민감해져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답을 하지 않겠다."
 
'재의요구권'은 한국은행이 정부 뜻과 다른 결정을 내린 뒤에 행사하는 것이다. 이 총재가 이를 두고 벌써부터 "답변할 준비를 충분히 해놨다"고 밝힌 대목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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