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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지난달 19~24일 미국 내 유권자 116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만이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2년(53%), 2016년(48%) 등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 약 68%가 ‘그렇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젊은 성인과 여성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답변 비중이 높았다. 남성 응답자 가운데 약 46%, 여성 응답자 중엔 28%만이 열심히 일하기 위한 이상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으며, 65세 이상 유권자는 48%, 50세 미만 유권자는 약 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업률이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2년 연속 근로자 임금 상승률을 웃돈 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8%에 달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을 때에도 많은 노조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한 유권자는 인플레이션이 아메리칸 드림을 앗아갔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존 래셔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과거형이라고 느낀다”며 “인플레이션으로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며, 추가적인 모든 일도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달 NBC뉴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9%만이 자녀 세대의 삶이 현 세대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설문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WSJ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서 ‘배경과 관계 없이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옅어졌다”면서 “정치적 스펙트럼에 관계없이 미국인들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경제적·사회적으로 많은 발전 징후가 있지만 더 높은 생활 수준을 향한 사다리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에는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