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SVB) 파산 이후 정부 대책으로 위기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고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탄광 속 카나리아’(감지하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징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대상에 오른 BNY멜론은행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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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당수 은행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주요은행으로 꼽히는 스테이트스트리트와 BNY멜론은행, 노던트러스트 등 관련은행들의 주가가 1% 이상 하락했고, 대형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마저도 2%가량 하락했다.
이는 무디스가 전날 M&T뱅크, 웹스터 파이낸셜, BOK 파이낸셜 등 10개 중소 은행에 대해서는 등급을 강등하고, US뱅코프, BNY멜론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6개 주요은행을 등급 강등 검토대상에 올린 탓이다.
무디스의 경고처럼 실제 미국 중소형 은행은 겉으론 양호해 보여도 속은 상당히 곪아 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한 긴축으로 높은 금리는 은행들이 소유한 채권 등 자산가치를 감소시켜 상당한 미실현 손실을 낳았다. 미국 은행들은 2020년 금리가 크게 떨어졌을 때 장기채를 대규모로 샀는데 금리가 오를 때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손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들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급히 채권을 팔 경우 손실이 실현되면서 실리콘밸리은행처럼 갑작스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이 100억~3000억달러인 미국 은행 중 약 9%는 보통주자본비율이 규제수준 7%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을 리스크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일부 중소형은행들의 수익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객이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곳으로 예금을 옮기면서 손님을 뺏긴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수익성이 잠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올 경우 곳곳에서 채무불이행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무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업용부동산(CRE)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상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 심화를 야기하고 있다. 주거용 모기지와 달리 상업용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 내년까지 약 1조4000억달러 상당의 상업용 모기지 만기가 도래하는데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리파이낸싱(차환)이 이뤄질 경우 상업용 부동산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스튜어트 폴은 “지역은행은 현재 불균형적으로 부동산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은행 전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통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